[O2뮤직/커버스토리]보아와 BoA, 원조 한류 아이돌 컴백의 향방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2일 15시 22분



원조 한류 아이돌 보아가 최근 6집 앨범 '허리케인 비너스'를 선보이며 국내 무대에 컴백했다. 보아의 국내 활동은 2005년 '걸스 온 탑' 이후 5년 만이다. 팬들로선 무척 반가운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보아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에는 '외국에서 잘 안 되니까 국내로 왔다' 등 보아의 컴백을 비하하는 안티들의 악플이 꽤 눈에 띈다.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인 일본에 진출해 톱스타로 각광받은 보아는 '최초의 한류 아이돌'로 한국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이다. 일본에 진출해 성공한 한국 가수는 보아 이전에도 있긴 했다. 조용필, 계은숙, 김연자 등 트로트 가수들이 일본 엔카계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돌로서 성공한 가수로는 보아가 처음이었다. 강수지, S.E.S 등 선배들이 일본 아이돌 시장의 문을 두드린 적은 있지만 보아처럼 현지 톱스타로 자리매김 하는 데엔 실패했다.

보아의 일본 진출 성공은 이후 동방신기 등 후배 아이돌 스타들에게 세계 2위의 음반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도 보아의 국내 컴백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보아와 BoA…같지만 달랐던 아이돌

보아는 SM엔터테인먼트가 처음부터 일본 진출을 목표로 데뷔시킨 기대주였다. 해외 진출에 앞서 2000년 8월 14세의 나이로 '혜성처럼 나타난 무서운 소녀가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국내 가요계에 데뷔했다.

타고난 재능으로 춤과 노래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던 이 소녀는 국내 데뷔와 함께 엄청난 안티를 양성했다. 또래 여학생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으면서 인터넷에는 보아를 조롱하는 합성사진 등 각종 게시물이 난무할 정도였다.

가족의 품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보아는 일본어를 배우며 현지 감각을 익혔다. 그리고 2001년 5월 첫 싱글 'ID; Peace B'를 발매하며 J-POP 신인가수 BoA로 데뷔했다. 롤리타 공주풍 일색이던 일본 여자 아이돌 시장에서 BoA는 현란한 힙합 댄스와 뛰어난 라이브 실력으로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결국 데뷔 1년도 지나지 않아서 BoA는 2002년 1월 네 번째 싱글 'LISTEN TO MY HEART'가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5위(총 판매량 17만9590장)에 오르며 한류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어 같은 해 3월 발매한 첫 앨범이 93만여장 팔리며 한국 가수로선 처음으로 오리콘 앨범 주간차트 1위에 오른 뒤 BoA는 일본 톱스타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4월에 한국 두 번째 앨범 'No.1'을 들고 금의환향한 소녀는 고국 무대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1위에 올랐다.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등 일본에서 정상을 맛본 보아에 대한 대우와 반응은 안티로 얼룩졌던 국내 데뷔 당시와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 활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뒤엔 두 번째 앨범 'VALENTI'로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BoA의 노래는 한일 양국에서 나아가 중화권 등 아시아 전역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아시아 톱스타로 성장한 자그마한 체구의 한국 소녀는 세계 유력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선 보아로, 일본에선 BoA로 활동한 이 소녀는 아시아 팬들과 가요계를 뒤흔들었다. 활동하는 이름의 표기만 다른 것은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 가요계의 특성에 따라 보아는 무대 위에 올라 작은 체구에서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여전사 이미지로, BoA는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해 친근하면서도 콘서트에선 멋진 소녀 이미지로 차별화했다.


■ '벽'에 부딪힌 브랜드 보아 & BoA

한일 양국을 오가며 한류 아이돌 스타로 각광받던 보아는 2005년 한국 5집 앨범 '걸스 온 탑'을 끝으로 국내 활동에 긴 공백기를 갖는다. '걸스 온 탑'도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모은 보아의 이전 국내 앨범에 비하면 대중적인 인기는 떨어진 편이었다.

일본에선 2005년 2월 첫 베스트 앨범 'BEST OF SOUL'이 110만여장 팔리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한 달이 지난 3월에 'DO THE MOTION'으로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에서 첫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론 일본에서의 인기도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 '춤과 노래 실력을 모두 갖춘 무서운 실력의 소녀' 이미지가 '20대의 벽'에 가로막혀 빛이 바랜 탓이었다.

탈출구는 이미지 변신과 미국 진출이었다. 20대를 앞두고 성숙한 여성미를 강조하며 여러번 변신을 시도했지만 친근한 소녀 같은 기존 이미지를 떨쳐내긴 힘들었다. 감미로운 느낌의 발라드곡은 히트했지만 BoA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던 댄스곡은 더 이상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미국 진출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언어의 벽'과 '인종의 벽'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았다. 일본 데뷔 당시엔 BoA의 현란한 힙합 댄스와 라이브 실력이 현지 여자 아이돌 가수들에겐 없던 것이라서 대박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팝 시장엔 이미 이런 여가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현지 가수들은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한일 양국 팬들을 놀라게 한 BoA였지만 여기에 영어까지 추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이런 시행착오 속에 한국 6집 앨범 발매는 계속 늦춰졌다. 간간히 일본 싱글곡의 번안 음반만 나왔다. 그나마 뉴스에선 볼 수 있던 '보아, 일본 오리콘 차트 1위' '보아, 밀리언셀러 기록' 같은 소식도 사라지면서 한국에서도 '한류스타 보아'라는 브랜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5년 만에 6집 앨범을 들고 국내 무대에 컴백한 보아를 보는 시선이 엇갈리는 것이다. 일본에서 정상에 오른 뒤 'No.1'으로 한국 팬들에게 돌아왔던 당시의 폭발적인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이제는 더 이상 '소녀가수'가 아닌 스물넷의 '숙녀가수' 보아, 그리고 BoA. 과연 그녀는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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