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법 세칙 발표]美, 관련국들 눈치보며 동참 미루자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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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반 앞당겨 발표 왜

지난달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포괄적인 이란제재법에 서명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시행세칙이 발표됐다. 이란제재법이 발효된 후 90일 이내에 시행세칙을 발표하도록 한 일정을 감안하면 마감 시한보다 발표 시기를 무려 한 달 보름이나 앞당긴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이란 제재를 서두름에 따라 시행세칙이 발표된 후인 10월 초에 이란 제재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결정을 미뤄 온 한국 정부도 이란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이처럼 이란 제재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제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세칙 발표는 이란과의 교역을 중단하는 데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국제사회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이란 제재 시기를 미루고 있는 데 대한 압박 조치의 성격이 짙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는 6월 24일 미국 상하원에서 고강도의 포괄적 대(對)이란 추가제재법안이 통과된 후 7월 1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추가제재법안에 서명하면서 효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발표되지 않아 일본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 고위층에서는 한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왔다.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929호 결의와 미국의 이란제재법 통과 이후 유럽연합(EU)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발표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란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을 주목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서둘러 막아야 할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지 않고는 효과적인 이란 제재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일본의 이란 제재가 선결돼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생각이 깔려 있다.

‘핵 없는 세상’ 구현이 목표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실 이란 핵문제는 북한 핵문제보다 훨씬 더 시급한 현안이다. 북한이 이미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에 포함된 것과 달리 이란의 경우 아직도 핵개발 과정이 진행 중이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안보에 큰 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강하게 압박할 경우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중에 이란이 핵개발에 나서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이란이 핵개발에 성공하면 이스라엘과 이란∼파키스탄∼인도∼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핵 벨트’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구현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변국의 연쇄적인 핵개발을 막기도 쉽지 않게 된다.

시행세칙 발표 시기를 서두른 것은 9월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미국이 기선을 잡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이란 제재를 논의하게 될 유엔총회에서 이란과 제3세계의 반미 국가들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서둘러 이란 제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계가 미국 정치와 금융계를 장악하고 있는 국내 정치적 요인을 거론하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이 이스라엘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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