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걸그룹 카라가 11일 발매한 일본 데뷔 싱글 '미스터'(ミスタ¤)로 오리콘 주간차트 5위를 기록했다. 일주일 동안 음반 판매량은 2만9238장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일본에 진출한 한국 걸그룹 가운데 최고의 성적이다.
국내 인터넷에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밀어준 정도에 비하면 망한 것"이라는 안티들의 악플이 적지 않다. 일본의 인기 개그맨이 방송에 출연해 카라의 팬을 자처하며 데뷔 이전부터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한국 가수로서 일본 가요계에 신인으로 처음 진출한 카라의 5위는 대단한 성과다. 일본에서 소위 '밀어준다'는 신인 가수의 노래는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TV 드라마나 톱스타가 출연한 영화의 주제곡, 대기업 CF 삽입곡 등으로 채택된다.
소위 '타이업'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곡들은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서 귀에 익숙해지고 입소문을 타기도 쉽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 CF에 타이업이 됐는지가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자연스레 음반 판매량을 높여주는 확실한 '도우미' 역할은 한다.
카라의 일본 데뷔 싱글곡 '미스터'는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도 일본에서 큰 돈 들여 촬영하는 대신 한국에서 기존 '미스터'의 컨셉트에 맞춰 촬영했다. 다섯 멤버의 끼와 노래, 그리고 '엉덩이 춤'만으로 승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톱스타로 성공한 BoA와 동방신기의 데뷔 싱글 오리콘 주간차트 순위는 각각 20위와 37위였다. 이후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아이돌 음반의 오리콘 순위가 점차 높아지기는 했지만 신인 걸그룹 카라의 5위가 굉장한 성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카라는 일본에선 '오시리단스'(お尻ダンス)라 불리는 소위 '엉덩이 춤'으로 데뷔와 함께 일본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틀 동안 진행된 악수회에 1만여 명이 몰리는 등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정상급 한류 걸그룹으로 성장해 1위의 꿈을 이루려면 아직 남은 과제들이 많다.
■ 일본어를 익혀라
카라의 일본 진출은 올해 4월 말에 처음 발표됐다. 그 이전에도 쇼케이스 형식으로 일본 가요계의 문을 두드리긴 했지만 같은 달 12일 일본 유니버설뮤직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으며 공식적인 데뷔가 확실해졌다.
일본에선 당시 인기 개그맨 게키단히토리(본명: 카와시마 쇼고)가 방송에 출연해 "나는 한국 걸그룹 카라가 너무 좋다"고 극찬하며 카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게키단히토리가 카라의 홍보대사 역할을 한 셈이다. 카라의 일본 진출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 배경에는 그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카라가 본격적인 일본 진출 준비에 돌입한 기간은 일본 유니버설뮤직과 계약을 맺은 뒤로 4개월밖에 없었을 것이다. 멤버들이 요즘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미디어를 통해 종종 밝혔지만 처음 접해보는 외국어를 그렇게 빨리 배우기는 쉽지 않다.
카라의 일본 데뷔 싱글 '미스터'를 들어보면 한국어로 일본 발음을 적어놓고 그대로 외워 노래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면 모를까 어색한 발음으로 이어지는 일본어 가사는 현지 팬들에겐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노래는 멜로디와 함께 가사도 중요하다. 도대체 원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 가사가 난무하는 시대이지만 듣는 이에게 노래를 마음으로 전하는 것은 가사의 역할이다. 현지인의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이국적'인 발음으로 계속 노래를 한다면 카라의 일본 팬 확보 전략은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돌은 대중과 자주 접해야 한다. 무대와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자신만의 매력과 끼를 보여줘야 롱런할 수 있다. 카라의 경우 아직 통역 없이 일본어로 진행자나 다른 출연자와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자 아이돌인데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표현이 어색한 것은 오히려 귀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예 대화 자체를 나눌 수 없다면 문제가 된다. 배용준이나 최지우처럼 가끔 일본을 방문해서 손만 흔들어도 환호를 받는 한류스타가 아니라면 일본어 의사소통은 일본 진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한류 아이돌로 성공한 BoA나 동방신기도 처음엔 일본어 노래의 발음이 어색했다. 하지만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서인지 표현이 다소 어색할 뿐 대화는 가능했다. 음반이 나오면서 활동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말은 더 자연스럽게 변했고 이젠 이질감을 느끼는 팬들도 없다.
■ 차별화를 노려라
카라의 성공적인 일본 데뷔 배경엔 홍보대사 게키단히토리의 도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엉덩이 춤'이 큰 몫을 했다. 얼굴은 귀여운데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여성적 매력을 부각시킨 한국 걸그룹의 새로운 모습에 일본 팬들도 푹 빠진 것이다.
하지만 J-POP 시장에서 현지 아이돌과 경쟁하며 정상에 서기 위해선 '엉덩이 춤' 이후에 보여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일본은 가수들의 라이브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대가 많다는 점에서 가창력과 춤 실력을 동시에 기른다면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할 것이다.
동방신기가 오랫동안 일본 남자 아이돌 시장을 꽉 잡아온 기획사 쟈니즈 소속 그룹들과 경쟁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그동안 아이돌에겐 기대되지 않았던 가창력과 탁월한 춤 실력을 겸비한데 있다. 이는 힙합 댄스와 R&B 창법으로 현지 여자 솔로 아이돌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BoA도 마찬가지였다.
쟈니즈계 아이돌 그룹인 SMAP의 라이브 실력은 팬들도 참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재 일본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룹인 아라시의 노래를 들어봐도 '노래하고 있구나'라는 반응만 나온다.
걸그룹도 똑같다. 억지로 쥐어짠 듯 비음만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자 아이돌이 부지기수다. AKB48, Perfume, 모닝구무스메 등 대표적인 일본 걸그룹들이 가창력과 춤 실력은 배제하고 귀여운 미소녀 이미지를 앞세워 활동하고 있다.
사실 카라도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라이브 무대의 가창력 면에선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화제를 모았던 아이돌 그룹의 'MR 제거 동영상'에서 혹평을 받은 그룹 리스트 중엔 카라도 올라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일본 시장에서 '엉덩이 춤' 이후에 차별화할 무엇인가가 부족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이다. 아이돌을 비롯해 국내 톱가수들이 유행처럼 일본 진출을 앞 다퉈 시도하는 것은 J-POP계가 규모도 크고 매력적인 시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한국 가요계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에 진출해 정상에 오르면서 '한류 아이돌'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성공한 가수는 BoA와 동방신기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만만한 시장은 절대 아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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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1 14:31:07
그만큼 했으면 잘한거다!...다만 결과적으로 일본활동에 비중을 두는것 바람직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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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1 14:31:07
그만큼 했으면 잘한거다!...다만 결과적으로 일본활동에 비중을 두는것 바람직하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