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25일 공방의 초점은 핵심 의혹과 관련한 김 후보자의 말 바꾸기였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박연차 게이트’ 관련 여부 △2004, 2006년 경남지사 선거자금의 출처 △재산증가 과정 및 ‘스폰서’ 존재 등 숱한 의혹 가운데 진위가 속 시원히 밝혀진 사안은 거의 없다. 이는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증인이 대부분 불참했고, 김 후보자 측이 즉답을 피해간 대목이 적잖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핵심 의혹 관련 말 바꾸기
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 서면답변과 청문회 첫날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첫 만남’을 묻는 10여 차례의 의원 질의에 “2007년 이후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25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006년 10월 3일 오후 1시 경남 김해 정산 컨트리클럽(CC)에서 박 전 회장과 공창석 (당시) 경남 행정부지사, 이창희 (당시) 정무부지사와 골프를 쳤다. 맞는가, 아닌가”라고 묻자 “가을쯤 했다”고 시인했다. 정산CC는 박 전 회장 소유다. 그는 “기억이 잘…. 3, 4년 된 것이어서 정확히 기억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 기록에 그렇게 남아 있다면 사실일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골프 한 번 쳤다고 절친하다고 어떻게 추론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로 이어진 김 후보자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사람인데도 만난 시점을 모른다는 건 기억력이 아닌 도덕성의 문제”라며 “나이가 50도 안 된 분의 기억력이 정말 이렇다면 총리 자격이 없다. 나라 말아먹을 일 있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후보자의 기억력에 화가 난다”며 “분명히 2007년에 처음 만났다고 하지 않았느냐. 언제냐, 기억 못하는가”라고 추궁하자 “2006년 선거(5월 31일 지방선거) 전에는 제 기억으론,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답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도 “잦은 말 바꾸기는 사람의 인상을 바꿀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관련 무혐의 처분 사실을 통보한 사람이 누구냐는 추궁에 전날은 처음엔 ‘검찰간부’라고 했다가 ‘지인’이라고 수정했으나 이날은 “무혐의 처리됐다는 기사를 보고…”라고 말을 바꿨다.
2006년 도지사 선거자금 중 6억 원을 누가 빌렸는지에 대해서도 세 번째로 답변을 바꿨다. 전날 김 후보자는 “아버지 명의로 6억 원을 빌렸으며 신용대출로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가 오후 늦게 “3억 원은 부친 명의로, 3억 원은 김 후보자 명의로 빌렸다”(안상근 총리실 사무차장이 대신 답변)고 수정했다. 그러나 이날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부친이 6억 원을 모두 빌린 것이라고 다시 수정했다.
○ 해외 여행경비 출처는?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김 후보자는 2007년 이후에만 본인이 8차례, 배우자가 7차례, 아들이 5차례, 딸이 3차례 사적으로 해외여행을 나갔다. 항공료와 숙박비, 기타 비용을 최소 비용으로 계산해도 여행경비가 7700만 원 정도 쓰였을 것”이라며 “생활비로 월 400만∼500만 원 썼다고 설명했는데 누가 여행경비를 부담했는지 밝히라”고 추궁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2007년 이후 한 달 생활비로 평균 450만 원가량을 썼고 (생활비를 제외한 소득을 저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3억3000여만 원의 재산이 늘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에게 9500만 원을 빌려준 김 후보자의 형수 유귀옥 씨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돈 관련 의혹을 푸는 데 소득은 없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차용증에 도장이나 사인이 없다”며 차용증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유 씨는 불쾌한 듯 “(김 후보자가) 나한테 줬을 때 펴서 보지도 않았다. (나는) ‘이런걸 뭐 하러 줘요’라고 했다”고 맞받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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