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중국으로 들어간 김정일 국방위원장 전용 특별열차에 그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3남 김정은이 탔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이날 김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동행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동행 여부는 하루가 지나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동안에도 김정은의 방중을 둘러싼 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5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에도 김정은이 동행했다는 정보가 나돌았으나 아직 정보기관에 의해 완전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5월에도 김정은이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일행과 함께 중국 모처에서 중국의 고위층을 만났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다음 달 초 열리는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급박하게 방문한 목적을 후계체제 안정 외엔 찾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44년 만에 열리는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당 조직지도부 비서에 임명해 후계 체제를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김정은을 중국 지도부에 보여주고 후계체제를 공인받기 위해 동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도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만큼 중국과 후계구도에 대한 의견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다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특별열차가 통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김일성 주석의 모교인 위원중학교가 있는 지린(吉林) 성을 향했다는 사실도 이번 방중의 최대 목적이 후계자 문제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김정은만 방중했다는 설도 있다. 그럴 경우 이번 방중은 권력 승계를 위한 성지순례의 성격이 짙다. 자신의 건강을 우려한 김 위원장이 아들로 하여금 조부(祖父) 모교를 방문케 해 후계체제의 정통성을 세우려고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수해 원조와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등 당 대표자회에서 과시할 업적을 급조하기 위한 행보이며, 김정은에게도 이런 업적의 ‘훈장’을 달아주려고 데려갔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이미 김정은의 후계 구도를 인지하는 상황에서 굳이 김정은이 동행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당국자들이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더라”며 동행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정은이 아직 대외적으로 아무런 공식 직함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김정은의 방중은 당 대표자회에서 당의 공식 직책을 맡은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심한 식량난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권력 내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낙점한 아들을 데리고 북한을 비웠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남을 믿지 않는 성격의 김정일이 이런 불안한 국면에서 아들을 데리고 갔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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