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인준 표결 진통]김태호 “기회 달라” 野의원 “어렵다”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전운 감도는 정치권

野 파상공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박지원 대표(오른쪽)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시각물을 활용해 청문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4(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1(논문표절)’ 기준에 어긋나는 청문회 대상자들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野 파상공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박지원 대표(오른쪽)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시각물을 활용해 청문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4(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1(논문표절)’ 기준에 어긋나는 청문회 대상자들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7일로 예정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권은 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민주당 등 야당은 김 후보자 인준 불가를 선언하며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곧 합당할 미래희망연대(8석)까지 합칠 경우 의석이 180석에 달해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확산되자 여권 내부에선 강행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청와대 “총리는 무조건 관철, 장관은 여론 추이를 보고…”

청와대 참모진은 26일 청문회 이후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 언론 동향, 일반 여론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총리 임명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예상보다 강력하고 광범위해 당혹스럽지만 임명 철회가 몰고 올 후폭풍은 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김 후보자의 말 바꾸기는 거짓말이나 위증이라기보다는 청문회 준비를 미처 충실히 하지 못한 탓”이라며 “청문보고서 채택이 반드시 여야 합의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임명동의안 표결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자들을 모두 안고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후 여론 추이에 따라 1, 2명의 장관 후보자의 최종 임명을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특히 야당 의원들에게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 부탁드린다”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호소했지만 상당수 야당 의원은 “어렵다” “왜 기본적인 것도 거짓말을 하느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나라당 일단 표결 시도는 하지만…

야당과의 협상에서 전권을 받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 인준 표결 방침을 세우고 표 단속에 들어갔다. 찬성 당론을 정하지 않고 소속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겨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이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내부 이탈 표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원내 지도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선 인준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김 후보자에게 실망한 일부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며 ‘반란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이 “인사청문회에 나와서 거짓말한 분이 어떻게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느냐”며 김 후보자에 대한 이런 비판적인 기류를 대변했다.

한나라당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 후보자 등이 ‘부적합’이라는 여론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27일 인사청문특위의 경과보고서 채택과 본회의의 표결을 민주당이 완강히 막을 경우 무리하게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총리 인준이 며칠 늦어진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민주당, ‘총리 낙마’에 전선 집중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민주당이 김 총리 후보자 인준을 받아들이는 대신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여권과 물밑협상을 할 것이라는 이른바 ‘빅딜설’을 차단하면서 “그런 것은 없다. 원칙대로 간다”고 못 박았다.

야당은 27일 일단 인사청문특위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자체를 막을 방침이다. 퇴장하지 않고 회의장을 지키며 지연전술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를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청문보고서는 27일 오전까지 채택돼야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에 부의돼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특위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보고서가 채택될 경우엔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구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그러나 물리력을 동원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물밑 협상을 통해 막판 절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동영상=김태호 후보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