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책을 세우며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 두 가지를 목표로 삼았다. 반대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하는 셈이다. 애초 7월 하순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대책을 기약 없이 연장할 정도로 정부의 고민은 깊었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거래 활성화를 추구하다가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고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차례 “‘집이 안 팔려 새집으로 이사를 못 간다’는 서민도 있지만 ‘집값 올라갈 때는 가만있다가 조금 떨어지니까 부양책을 쓰려 한다’고 반발하는 서민도 있다”고 말해 왔다. 재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이 절체절명의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해양부가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책적 선택을 넘어선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8·29 부동산 대책의 큰 가닥이 정리됐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부동산 대책의 핵심 수장이 모두 모인 이 회의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상당 시간 자리를 함께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이사, 인테리어 등 관련 서민 업종도 큰 타격을 보고 있다는 점이 이 회의에서 보고된 것으로 안다”며 “결국 친(親)서민 정책 기조를 위해서라도 거래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 대통령이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책에서 친서민을 고심한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고소득층 혜택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9억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와 투기지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지원책에서 철저하게 배제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강남 3구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 아닌가.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는 이번 대책을 세우며 논의해본 적도 없다”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은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실태조사 결과 강남 3구는 부동산 가격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낮았고 과거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앞장서서 이끌었던 전력(前歷)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의 혜택이 강남 3구에도 돌아간다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이란 큰 틀이 흔들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사실상 폐지로 부동자금이 대거 주택시장으로 몰려 투기가 발생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러나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에 한정해 DTI를 한시적으로 폐지하면 일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뿐 주택시장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진 않을 것으로 정부는 최종 판단했다. 무주택자 혹은 1주택자로 한정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가구의 절대 다수인 91%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실익(實益)도 감안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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