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의 후폭풍이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학교 공금 8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강성종 의원(경기 의정부을)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등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잃을 게 없게 된 여권은 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29일 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이제 다 잘려나갔으니 남은 건 원칙뿐”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 측도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된 만큼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청와대의 기조는 더욱 강경해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김 후보자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팔다리를 필요 이상으로 자르는 일”이라고 평가한 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떨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후반기 국정이념으로 내세운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을 정리한 만큼 정치권에도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할 것으로 해석된다. 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주 한나라당과 벌인 물밑 협상에서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는 다음 달 1일로 미루되 강 의원 체포동의안은 원래대로 27일 상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처리해야 하는 만큼 주말만 넘기면 강 의원 체포동의안이 자동폐기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민주당은 강 의원 체포동의안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원칙론 앞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 의원을 당 차원에서 보호할 경우 김 후보자를 낙마시킬 때와 달리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강 의원에 대한 혐의가 사학 비리이고 당론이 상지대 등 사학비리의 온상을 발본색원한다는 것이어서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적극 옹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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