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서민들의 삶이 진짜 세상이고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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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4일 03시 00분


■ 1960, 70년대 풍속화전 여는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78·사진)이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로 개인전을 연다. 29일∼10월 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 시절 그 모습’.

김 화백은 1955∼1980년 동아일보에서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그렸고 이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연재하다 2000년 9월 은퇴했다. 모두 1만4139회로 국내 최장수 시사만화로 기록돼 있다.

이 전시회는 김 화백이 풍속화로 작품 활동을 왕성히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그린 풍속화 100여 점은 1960, 70년대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풍경화나 미인도,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어요. 전, 서민들의 삶이 진짜 세상과 삶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그림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전시회를 앞둔 김 화백의 말이다.

각종 사진자료를 토대로 그린 그의 작품 속에는 50여 년 전 서울 청계천, 동대문, 돈암동, 농촌의 초가집, 공동 우물, 시장 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이 그린 민속화 ‘청계천가’. 김 화백은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1960, 70년대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 개인전을 연다. 사진 제공 김성환 화백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이 그린 민속화 ‘청계천가’. 김 화백은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1960, 70년대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 개인전을 연다. 사진 제공 김성환 화백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김 화백은 그 시대의 스케치와 사진 등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우리를 50년 전의 그림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바우의 풍속화는 우리의 전근대성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친근하기 짝이 없으며 밑바닥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당시 서민들의 삶은 팍팍했지만 그가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정감 있고 따스하다. “당시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고 가난했지요. 하지만 저는 민중화가처럼 거칠고 격하게 그들을 표현하기는 싫었어요. 오히려 지치고 힘들더라도 각자 자기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전시회의 또 다른 주제는 ‘고향’이다. 북한 개성 출신인 그에게 고향은 반세기 넘게 이어온 그리움의 대상이다.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누구든지 언젠가는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게 되지요. 그래서 이것저것 소소한 농촌 풍경을 여럿 그렸습니다.”

김 화백은 6월 가벼운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자택의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재를 끝낸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고바우 영감’은 그의 대표작이다. 미련은 없을까.

“아직도 고바우 영감 청탁이 들어와요. 1억 원을 준다는 얘기도 하는데 이제 다시 그리기도 싫고, 또 그만큼 그렸으니 전혀 미련도 없습니다.”

시사만화로 ‘촌철살인의 미(美)’를 보여줬던 김 화백은 “이제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동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에요. 제 그림을 보고 우는 분들도 있는데 고향 생각도, 옛일 생각도 나서겠죠. 좀 더 울림이 큰 작품을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02-736-1020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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