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는 그동안 줄곧 지적돼온 초고층 건물의 화재 위험성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 위험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은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뒤 1998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상 46층의 아크로빌을 시작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002년 역시 도곡동에 지상 66층의 타워팰리스Ⅰ이 들어서 대표적인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여의도 트럼프월드Ⅰ, 목동 하이페리온, 삼성동 아이파크 등 40∼60층의 건물이 출현했다. 현재 서울에만 31∼40층 주상복합이 84곳이고 41∼50층 26곳, 51∼60층 7곳이며 61층 이상도 3곳이나 되는 등 총 120개의 주상복합 건축물이 있다. 또 31층 이상 아파트도 76동이나 된다. 지방에서는 신시가지로 떠오른 부산 해운대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주상복합아파트뿐만 아니라 100층 내외의 초고층 업무용 빌딩도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서울의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산의 해운대 센텀시티 월드비즈니스센터(WBC)와 해운대관광리조트, 중구 중앙동 롯데월드가 대표적인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들이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은 일단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건물 상층부로 불길과 연기가 삽시간에 확산된다. 특히 고층일수록 불길이 상승 기류를 타고 급속하게 번지는 ‘굴뚝효과’가 강하게 일어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불길이 번지면 피난 통로의 바람 속도가 30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고층 건물은 창문이 작거나 열리지 않는 구조가 많아 외부 공기가 들어가면 불이 쉽게 번진다. 소방장비의 한계로 화재를 진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구조 활동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은 100m 이상 건물에는 15층마다, 홍콩은 20∼25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화재가 났을 때 대피공간을 갖춘 피난층으로 이곳에는 1층이나 옥상으로 바로 오갈 수 있는 계단과 비상급수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해외에서는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소방대원이 진입하거나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이 피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GS건설 기술연구소 윤성욱 박사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피난층이나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제도화하는 것이 앞당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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