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성균관 스캔들’ 주 시청자는 10대? 30대 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7일 16시 48분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 문재신(유아인) 이선준(박유천) 김윤희(박민영) 구용하(송중기)(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 4인방\' 문재신(유아인) 이선준(박유천) 김윤희(박민영) 구용하(송중기)(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드라마 보려고 회식에서 핑계대고 일찍 나왔어요."
"드라마 시간 맞춰서 아기 재웠어요."

요즘 30대 여성들의 화두는 KBS2 '성균관 스캔들'(극본 김태희 연출 김원석)이다. 여초 현상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매번 '성균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는 회당 8000여 건의 글이 올라오며 '꽃보다 남자'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균관…'의 인기에 2007년 출간된 원작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 작)도 베스트셀러에 재 진입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원작 소설 구매자 중 30대가 35%였다.

시청률에서도 30대 여성들의 파워가 돋보였다. 8월 30일 1회 전체 시청률은 6.3%(AGB닐슨 자료). 10대와 30대 여성 시청률은 각각 7.4%, 4.1%로 나타났다. 12회 전체 시청률은 10.7%로 10대와 30대 여성 시청률이 8.0%, 8.8%였다. 30대 여성 시청률이 두 배로 증가한 것. 30대 여성 시청자들이 대거 합류한데 힘입어 드라마가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방송 시청률도 7%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청춘 로맨스' 원작 넘어선 '청춘 사극'의 힘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큰 축은 남장여자로 성균관 유생이 된 김윤희와 진짜 남자 이선준의 사랑 이야기다. 때문에 드라마 '성균관…'은 처음에 '제2의 커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남자 직원만 고용하는 카페에 취직하려고 남장을 한 고은찬(윤은혜)과 그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의심하게 되는 최한결(공유)이 주인공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주인공 4인방인 이선준(박유천 분) 김윤희(박민영) 문재신(유아인) 구용하(송중기)의 미모가 지나가는 여자들이 소변을 잘금잘금 지릴 정도라고 하여 '잘금 4인방'으로 불리는 탓에 '꽃보다 남자'의 'F4'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원작에서는 얼개만 빌려왔을 뿐 새로운 이야기라는 평이 쏟아졌다. 원작과 달리 노론과 소론의 갈등, 그 사이에서 외로운 정조의 이야기가 강조됐다. 성균관 유생들에게 "백성들의 고혈로 공부하는 너희들, 제발 밥값 좀 해라"라고 소리치는 스승 정약용(안내상)도 소설에는 없는 인물.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약용 선생의 말들을 정리해 정치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잘금 4인방'이 밝히게 될 금등지사(아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해 영조가 회한의 정을 남긴 친서)의 정체도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제작사인 래몽래인의 이현욱 PD는 "원작을 각색하는데 2년 6개월이 걸렸다"며 "처음부터 30대 초, 중반 시청자까지 흡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또 "'청춘 로맨스'는 너무 많으니 시대를 반영하는 '청춘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 조선시대가 배경일 뿐 그들의 삶도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이야기를 과거로 가져가 풍자했다. '청춘 사극'인 만큼 젊은 층의 생각을 반영하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소년과 성년의 매력 동시에 갖춘 이선준에게 빠진 이모팬들

이선준은 재주가 있는 훌륭한 신랑이란 뜻의 '가랑'을 호로 쓴다. 사진제공 와이트리미디어.
이선준은 재주가 있는 훌륭한 신랑이란 뜻의 '가랑'을 호로 쓴다. 사진제공 와이트리미디어.

이 PD는 "'잘금 4인방'의 인기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높아졌다. 배우들도 인기를 실감해 촬영장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전했다.

실제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가랑앓이'(박유천) '중기홀릭'(송중기) '걸오앓이'(유아인)를 하고 있다는 여성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30대 이모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는 명문가 집안의 자제로 반듯한 성정과 뛰어난 머리를 지닌 '조선시대 엄친아' 이선준. 지나친 원칙주의자라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잘금 4인방'과 어울리며 "예와 법도가 전부가 아님"을 알아간다. 드라마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김윤희가 사실은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좋아하게 되며 자신이 '남색'인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귀엽다는 평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이선준은 소년과 성년의 경계에 있는 캐릭터이다. 때문에 소년다운 순수함과 성년다운 어른스러움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소년다운 모습을 마냥 예뻐해 주다가도 내가 필요한 순간에는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성년다운 모습이 아줌마들을 사로잡는다는 것. "30대 여성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만큼이선준이 허점을 보이고 흔들릴 때는 내가 거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의 완벽한 모습을 보면서는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직장을 그만둬도 나를 책임져 줄 것 같은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선준은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까칠하면서도 허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꽃남'을 통해 이민호가 아줌마 팬들을 대거 확보한 것처럼 박유천도 아줌마 팬들이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박유천의 안정적인 연기에 놀랐다는 누리꾼들도 많다. 한 드라마 제작진은 "박유천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땐 원작 소설 팬들 사이에선 불만이 있었지만 드라마가 시작하자 만족스럽다는 평이 늘었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눈빛 연기 등 연기자의 자질을 갖췄고 워낙 성실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룹 동방신기가 주로 일본에서 활동한 만큼 국내에선 특정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연기자 박유천을 쉽게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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