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분석에서 중요하면서도 자주 부딪치는 문제는 소득불평등을 관심의 초점으로 집중한 데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기회불평등의 크기는 소득불평등의 크기로부터 쉽게 설명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 성취할 수 있거나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 모습을 만들어준 성취할 수 없는 것은 소득만이 아니라, 다양한 물리적, 사회적 특성들에도 의존하기 때문이다.”》
개인 능력별로 평등을 기준한다면
정의의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평등’이다. 기회 균등이나 자원배분의 공정성 등 사회가 정의롭다고 표현할 때의 조건들은 모두 평등이라는 가치와 직결돼 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평등의 개념을 재검토한다. 저자는 “‘중요한’ 사회행위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평등을 요구하게 되면, 좀 더 멀리 떨어진 ‘부차적인’ 영역에서 불평등을 수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 공간에서의 평등이 다른 공간에서의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왜 평등인가’보다는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나아가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에 ‘왜 평등인가’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자유에서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론이다.
이 같은 견해의 근거는 인간 자신이 다원적이고 평등을 판단하기 위한 변수 역시 다양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사전적인 동일성을 포함해서 가정과 함께 진행되는 평등연구는 실제적일 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문제의 중요한 측면을 빠뜨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이질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정의에 관한 여러 연구를 언급하면서 평등을 ‘기초재 분배’에 초점을 맞추려 하는 방향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존 롤즈의 ‘정의론’을 두고 “롤즈가 자신의 차등원칙 속에서 ‘권리, 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자기존중의 사회적 토대’를 포함하는 기초재분배에 초점을 맞췄다”며 “기초재는 자유 일반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기껏해야 자유의 수단으로 보인다는 사실에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한다.
결국 저자에 따르면 평등주의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외부적 요소뿐만 아니라 인간 그 자체, 즉 인간의 나이나 성별, 인종 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는 성취 수준일 뿐이지만 인간의 나이나 성별, 인종은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자유와 직결된다. 인간의 나이나 성별, 인종이 모두 똑같거나 혹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침해되는 자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혹은 인간의 능력치가 다양한 만큼 불평등의 양상도 다양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삶을 구성하는 가치 있는 기능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가치를 부여할 만한 근거를 지닌 목표들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유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즉 불평등이나 빈곤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현재처럼 ‘저소득이냐 고소득이냐’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맞추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기본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즉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능력 중심으로 불평등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때 빈곤문제를 위한 돌파구가 열린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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