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委직격탄 “G2 경제대국 걸맞은 정치적 책임 요구한다”
中외교부 비판 “평화상 취지 안맞아… 노르웨이와 관계 손상”
류샤오보 부인 기자회견 저지당해… 전화로 “매우 흥분”
《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류샤오보(劉曉波) 박사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자 중국이 즉각 베이징(北京) 주재 노르웨이대사를 불러 항의해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근래 중국과 노르웨이의 관계는 계속 긍정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번 노벨 평화상 선정으로 중국과 노르웨이의 관계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 중국 대륙은 침묵
8일 중국 대륙은 침묵했다. 신문, TV,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어디에서도 류 박사의 수상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포털 신랑(新浪) 검색창에 ‘류샤오보’를 치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정보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만 나온다. 홍콩도 중국에 다소 비판적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만이 발표 직후 관련 기사를 실었고 친중국계인 원후이(文匯)보나 다궁(大公)보 등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7일까지도 각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보도하며 ‘왜 중국 국적자는 없는가’라고 묻던 모습과는 판이하다. 중국 언론에 대한 보도 통제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노벨위원회도 이날 류 박사를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중국은 헌법 35조에 언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시민들에게 그 자유를 명백히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세계는 류 박사의 수상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그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평화상 수상으로 서방과 중국 간에는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공방과 함께 ‘해묵은 인권 전선’이 다시 형성될 여지도 없지 않다. 일본과의 영토 분쟁에서 보듯 경제력 향상에 따라 패권 외교에 나서는 중국에 대한 서방의 새로운 견제구라는 정치적 해석도 없지 않다.
○ “중국은 책임감 가지라”
노벨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인권과 평화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인권이야말로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서 쓴 ‘국가들 간의 형제애(평화를 의미)’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정치적 권리와 관련해 자신이 서명한 여러 국제 합의와 자국 법조문을 위반하고 있다”며 중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마 대변인은 이날 “류샤오보는 중국 법률을 위반하고 중국 사법기관에 의해 형을 선고받은 죄인이며 그의 소행은 노벨 평화상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류 박사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저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자 선발을 지원하는 노벨연구소의 예이르 루네스타 소장은 지난달 27일 현지 TV 인터뷰에서 중국의 푸잉(傅瑩) 외교차관이 올여름 오슬로의 중국대사관에서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반체제 활동가에게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면 중국과 노르웨이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고 전했다.
○ “류샤오보 수상은 인권 운동의 승리”
류 박사의 아내 류샤(劉霞) 씨는 8일 베이징 자택에서 남편의 수상 소식에 “매우 흥분된다”면서 중국 정부에 남편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외신기자들과 만나려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된 후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남편의 수상에 대해 “매우 흥분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류 박사의 수상은 중국 안팎에서 진행된 중국 인권과 민주화에 대한 오랜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의 학자 작가 법률가 등 지식인 120명은 지난달 류 박사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라는 청원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대통령을 비롯한 체코 ‘벨벳 혁명’ 지도자들도 유사한 내용의 기고문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기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7일 류 박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지고 이틀 후 유럽연합(EU)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은 유감을 나타내며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한편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해 논란을 일으켰던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뻔한 반발을 예상하고도 류 박사의 수상을 결정한 것에 대해 평화상의 존재 가치를 선명히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일본과의 영토 갈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패권 외교라고 불릴 만한 행동을 벌이고 있으나 민주화와 인권 등 좀 더 높은 가치에서는 아직 후진국임을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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