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 중에는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가 많다.
최초의 여성 정상(대통령 또는 총리) 3인방이 대표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56)는 동독 출신으로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대연정을 이끌고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긴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다만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대통령선거에서 집권연정의 대통령후보가 어렵게 당선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안정감 있고 낙천적인 성격에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동베를린의 대처’로 불린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57)도 아르헨티나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특히 그의 남편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으로 세계 최초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 기록도 갖고 있다. 집권 직후에는 75%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지만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했다. 현재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을 둘러싸고 영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49)도 호주의 첫 여성 총리다. 대학 시절부터 정치에 참여해 1983년 호주학생연맹(AUS)을 이끌었다. 강력한 정부를 주창하는 여장부로 통한다.
‘최연소’ 타이틀도 많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로 총리가 됐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45)도 최연소 러시아 대통령에 올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44)도 영국 정치사에서 1812년 42세로 총리가 된 로버트 젱킨슨 이래 198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다. G20 정상들의 평균 나이는 60.45세다.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60)은 이슬람 정당 출신의 첫 터키 대통령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55)은 이민자(헝가리) 2세 출신의 첫 대통령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9)도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이다.
입지전적 인물도 눈에 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65)은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어린 시절 금속공장에서 일하다 새끼손가락이 절단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브라질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78)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현재 인도는 매년 8%라는 경제성장률을 이뤄내고 있다.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68)도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반대운동으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10년간 징역을 살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68)은 간쑤(甘肅) 성의 수력발전소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갑부 출신의 정상도 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86)은 최고령이면서 G20 정상 중 최고 부자로 알려졌다. 재산이 약 2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3)는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그룹 메디아세트를 소유한 언론 재벌이다.
정상들의 다양한 취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상임의장(63)은 일본의 전통 시(詩) 하이쿠 작시가 취미다. 4개 언어에 능통하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48)은 매일 오전 7시 경호원들과 함께 대통령궁 인근의 공원에서 25분간 자전거를 탄다. 축구도 잘한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뛰었고 올해 1월 전미대학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스포츠 프로그램 해설가로 나서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탈리아 축구클럽인 AC밀란의 구단주이자 축구광이다.
한편 정상들마다 특징적인 식단을 구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G20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인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이면서도 마늘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싱 총리는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국가 출신 정상의 경우 음식에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고기 기름도 쓰지 말아야 한다. 쇠고기나 양고기도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날카로운 칼로 정맥을 끊어 도살한 할랄 음식만 준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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