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 SK, 삼성에 9-5 먼저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6일 03시 00분


은퇴 예고한 김재현, 재역전-쐐기 3타점 펄펄…‘떠날 남자’ 놀랄 파워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질 듯 보였다. 자욱하게 내려앉기 시작한 그 안개를 한순간에 걷어낸 이는 1년 전 이맘때 은퇴를 예고한 SK ‘캡틴’ 김재현이었다.

SK가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재현의 역전 결승타에 힘입어 삼성을 9-5로 꺾고 먼저 1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1982년 무승부 제외)은 26번 가운데 21번(승률 0.808)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김광현 선발’은 실패했지만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플레이오프에서 상승세를 탄 삼성의 흐름을 막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광현의 시작은 눈이 부셨다. 1회 선두 타자 박한이를 2루 땅볼로 처리한 뒤 3회 1사까지 6명의 타자를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국시리즈 연속 타자 탈삼진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전 기록은 현대 김수경이 2004년 삼성과의 6차전에서 달성한 5타자 연속.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2km를 찍었고 슬라이더는 웬만한 투수의 직구와 맞먹는 142km까지 나왔다.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들어오다 눈앞에서 뚝 떨어지는 낙차 큰 슬라이더에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방 허공을 갈랐다.

SK 타선은 1회, 3회 한 점씩 얻어내며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3회까지 8개의 삼진을 뽑아낸 김광현의 위력은 거기까지였다. 4회 첫 안타를 맞은 뒤 구위가 떨어졌고 2-0으로 앞선 5회 3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강판됐다.

○ ‘캡틴’ 김재현 3타점 맹활약

“언제 오나 했는데 이날이 왔네요.”

보기 드문 ‘예고 은퇴’의 주인공 김재현은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편안해 보였다. 예전에는 두세 시간밖에 못 잤는데 전날 8시간을 푹 잤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이니 힘들어도 즐기고 싶다”고 말했지만 말 속에는 비장함이 녹아 있었다.

SK는 2-3으로 뒤진 5회 선두 타자 정근우가 볼넷으로 나가면서 기회를 잡았다. 2사 만루에서 대타 박재홍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김재현이 삼성의 4번째 투수 오승환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5-3, 재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6회 강봉규가 솔로 홈런을 날려 1점 차로 따라붙었지만 SK는 6회 박재상의 적시 2루타, 박정권의 투런 홈런에 이어 김재현이 다시 타점을 추가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힌 김재현은 “중요한 1차전을 이겨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다. 마지막 한국시리즈이니만큼 모든 타석을 소중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SK 김성근 감독=실전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1회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 1회 무사 1루에서 박재상이 번트를 안 대고 강공한 것, 6회 정근우가 안타 후 도루를 한 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언제부터 전력을 다할지 고민하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는 것을 보고 1차전부터 올인하려고 김광현을 투입했고 이것이 맞아떨어졌다. 2차전 선발로 카도쿠라가 아닌 이승호를 낸 건 왼손 투수들을 시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 선동열 감독=1회와 3회에 실책으로 점수를 내준 게 아쉬웠다. 5회 3-2로 역전했을 때 승기를 잡고 싶어 투수 교체를 빨리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 교체 시기를 잘못 잡은 감독 탓이다. 타자들은 오늘 정말 잘해줬고 팀 전체도 아주 잘 싸웠다. 감독이 무능해서 졌다. 오승환은 오늘 위기를 넘기지 못했지만 구위는 충분히 쓸 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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