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테이크(One take)는 가장 고전적인 녹음방식이다. 모든 연주자가 한 공간에서 단 한번에 녹음해 연주자의 느낌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대중음악 경향으로 볼 때 쉽게 따라하기 힘든 방식이기도 하다. 원테이크를 위해 감내해야 할 훈련의 강도와 생산성을 고려하면 '원테이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지난 7월 어느 날, 이 어렵다는 '원테이크'를 시도한 밴드가 있다. 포크그룹 '호우앤프랜즈'는 서울 '톤스튜디오'에 모여 무려 12시간에 걸쳐 14곡의 풀 앨범을 녹음해 발매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밴드 리더인 이호우씨는 20여 년 전부터 준비해오며 불러온 곡들을 동향출신의 연주자들과 단 하루 만에 앨범에 담아냈다.
이 앨범은 전형적인 한국 포크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근래 접하기 어려웠던 정통포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더구나 북디자이너가 앨범을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소장가치 또한 남다르다.
■12시간 만에 14곡을 녹음하는 원테이크 녹음방식으로…
이호우 홈페이지(http://leehowoo.com)에 올려진 최근의 기록들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포크가수의 온라인 일기장에 또박또박한 글씨로 올린 최근의 일상들은 어떠한 관점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야말로 늦깎이 데뷔앨범인 셈인데, 10대에서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포크음악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반가운 얼굴로 맞아들일 수 있는 노래 14곡이 담겨 있다. 네이버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회가 추천한 '이달의 앨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첫 곡인 '착각'에서부터 '빗소리', '짝사랑', '지나간 사랑(연주곡)', '서로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FOREVER', '엇갈림', '행복', '웃으며 떠나요', '내가 가는 길'…. 노래 제목을 가만히 읽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첨단 유행을 따르는 제목이 아닌 것이 포크곡이라 더 정감이 간다.
한 40대 중년팬은 앨범커버의 제목을 바라보더니 "그래 노래 제목이란 바로 이런 거지" 하고 탄복하기도 했다. 제목이 주는 느낌과 마찬가지로 음악도 고소한 소금을 뿌려 볶은 완두콩 한 줌 같다.
같이 연주한 연주자들도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를 넘나들며 활동한 중고신인들이다.
완벽한 데뷔에 어울릴만한 탄탄한 연주력을 구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기도 넘친다. 요즘 케이블TV에 등장하는 스타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이 치열한 스타 만들기 모습을 홍보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뮤지션들이다. 그저 강물과 같이 천천히 여유롭게 흘러가며 음악의 내면을 보여주는 활동을 한 사람들만 모였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방송 작편곡과 음악 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이종교씨와 대구에서 재즈클럽 '소공'과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드러머 김명환씨, 그리고 7년 전 '신신버스'로 데뷔해 한때 록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던 베이시스트 김성철씨가 이호우라는 포크가수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웨딩컨설턴트란 독특한 부업을 갖고 있는 이호우씨는 본업인 음악생활을 마치 자신의 소중한 화단처럼 꾸준히 가꾸어온 음악인이기도 하다.
■강물과 같이 천천히 여유롭게 흘러온 '호우앤프랜즈'
포크음악에 대해서 편견을 갖기 쉽다. 그러나 포크음악이 고리타분한 것만도 아니고 요즘 트렌드처럼 어이없이 가냘프기만 하거나 겉모양만 신경 쓰는 음악은 절대 아니다. '호우앤프랜즈'는 정통 포크의 멋과 맛을 제대로 살릴 줄 안다. 이들의 소리는 좋은 기술자가 다듬기를 반복해서 만들어 낸 신사양복 한 벌 같다는 느낌이다.
활동하는 모습도 친환경 종이를 이용해 만든 수작업 앨범(1500장 한정판)처럼 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느긋함을 가졌다.
"빨리빨리"라는 표현을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운다지만 '호우앤프랜즈'는 사는 모습과 음악이 그 반대의 방향으로 가며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마치 "잠시 쉬었다 가세요"라고 속삭이는 듯한 시골버스정류장의 널찍한 벤치같이 말이다.
■앨범 정보
앨범명: Live Recorded In Onetake / 세일뮤직 그룹명: 호우앤프랜즈(Howoo and Friends) 멤버 : 호우(리더), 이종교(기타), 김성철(베이스), 김명환(드럼) 한줄평 : 한국적 포크의 현대적 재림을 고대했던 이라면…, 21세기 정통 아날로그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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