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한 개인사 뒤로하고 미친 듯 달려든 이성모
● '최민수 과'라는 말 듣고 처음에는 배역 거절
● 중년 남성팬들이 '성모, 성모'할 때 보람 느껴
처음 배우 박상민(40)을 인터뷰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그 사람, 인터뷰 안 할 걸요"라고 만류했다.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맏형 이성모 연기로 시청률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데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지만 드라마 밖에서 그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2007년 11월 결혼한 박상민은 올 3월 서울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이후 박상민은 부인을 때린 혐의로, 부인은 남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각각 검찰에 약식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국 사생활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SBS 일산제작센터 촬영장에서 기자와 마주한 박상민은 묻지도 않은 사생활 이야기부터 꺼냈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 '자이언트'가 잘 되려고 액땜한 건가 봐요. 사실 저에 대해 안 좋게 하는 말에 신경 안 쓰는 편인데 올해는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이유야 어쨌든 '자이언트'를 통해 (나쁜 여론과) 일종의 정면 승부를 본 거죠."
▶보여줄 건 연기뿐… "역시 박상민" 시청자 반응에 감격
-성모의 아역 김수현 씨의 인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미스 캐스팅 논란도 있었어요.
"김수현과 달리 나는 왜 통통하냐고 그러는데 별로 신경 안 써요. 방송을 앞두고 이혼 발표, 상습 폭행, 결국 하차 기사까지 떴어요. 진짜 싹 다 접어버리고 (언론과) 대차게 붙어 버리고 싶었어요. 하차라니? 그런데 주변에서 상민이 절대 그럴 놈 아니라고 했어요. 내가 헛살진 않은 거지. 그때 느낀 분노나 절망이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최근 가장 기분 좋았던 시청자 의견은 어떤 것인가요?
"시청률이 오르고 제 고문연기가 검색어에 오르니까, 잘 안 들어가던 시청자 게시판 글도 읽게 됐어요. 칭찬도 많고, 개인적인 아픔을 극복해서 좋다는 반응도 많은데 딱 한 단어가 제일 기분이 좋은 거예요. '역시 박상민이다'라는 글이었어요. '역시'라는 단어로 제 22년 연기 경력을 인정받은 느낌입니다.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시켜 준 임권택 감독님께 이제야 면이 섰어요."
-임권택 감독님과 자주 만나시나요?
"얼마 전에 뵈었는데 '너, 대체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물으셔서 '예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죠. 아이고, 정말…. 안 좋은 기억을 잊고 일에 전념할 수 있어서 이 드라마에 감사해요."
▶처음부터 동생 강모보다는 성모가 더 끌려
-'자이언트'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2년 전 KBS '대왕세종'에서 풍운아 양녕대군을 연기했을 때도 역할이 주는 매력 때문에 하게 됐어요. 대본을 보고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자이언트'도 메인 핵심은 이성모-강모-미주 삼남매죠. 게다가 성모는 중앙정보부에 들어가서 멋지게 총도 쏘고,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성모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그런데도 처음에는 성모 역할을 거절했다지요?
"방송국에서는 박상민을 찬성하는데 A씨가 나를 반대한다는 거예요. 이유를 물으니 내가 다루기 어렵다고, '최민수 과'라고…. 나는 나지, 왜 내가 최민수 '과'에 들어가야 하느냐고. 최소한의 자존심과 줏대를 가지고 사는 배우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나 안 해!' 이런 거죠."
▶"현 정권 옹호 드라마라니, 황당해"
-출연 거절을 번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러다가 오세강 책임프로듀서가 술자리에 불러서 나갔더니 모르는 사람 2명이 있었어요. 거기서 '자이언트에 출연을 왜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는데, 제가 '이런 사연이 있어서 나는 마음을 비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상민아, 인사해. 자이언트 작가님들(장영철, 정경순)이야'라고 하는 거예요. 놀랐죠. 작가님이 마음에 든다며 그 자리에서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고 그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그 때 '자이언트가 이명박 대통령 미화 드라마라는데 맞느냐'고 처음 물어봤어요."
-'MB 미화설'에 대해 작가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아니, 전혀 상관없는데 자기들끼리 저런다고 속상해 하죠. 실제로 출연해 보니 정말 현 정권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 만드는 걸 좋아하는지."
-언론에는 '제2의 전성기', '박상민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많아요.
"제2의 전성기는 모르겠고, '재발견'은 느낌이 와요. 사람들이 나에 대한 매력을 많이 잊었나 했어요. 최근 '박상민의 고문연기'가 포털 사이트 검색 창 밑에 자동으로 떴다고 하더라고요. 지난달에 제 생일이 있었는데 아는 누나 형들이 올해만큼은 혼자 지내면 안 된다고 생일상을 근사하게 차려줬어요. 받은 선물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건 백화점에 가서 바꾸라고 하기에 갔더니 난리가 난 거예요. 더 좋은 건 남자들의 반응이에요. 중년 부부들이 쇼핑을 하다가 부인이 '어머 여보 저기 좀 봐'라고 하면 대개 남편은 '그래?'하고 쑥 가요. 그런데 저를 보면 아저씨들이 '어! 성모, 성모다'하고 알아보는 거예요. 행복하죠. '자이언트'에 되게 감사해요."
-덕분에 기운 나겠어요.
"살다 보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느끼면 밥 먹기도 싫어져요. 밥이 안 넘어가면 몸이 망가지고 잠도 못 자죠. 폐인이 되기 십상인데, 일하니까 나는 먹기 싫어도 코디네이터와 매니저 밥은 먹여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나까지 먹기 되고 살게 되더라고요. 밥은 먹고 술은 시간이 없어서 안 먹고…. 이 악물고 목숨 거는 거지."
▶힘든 시간 견디게 한 '자이언트'
인터뷰 중간에 박상민이 촬영 리허설을 위해 잠시 자리를 떴을 때 소속사 김봉식 대표는 그의 힘들었던 건강 상태에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드라마를 관두고 입원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이언트' 촬영을 거듭하면서 몸은 저절로 나았다.
-이렇게 이 악물고 하는데 연말 방송사 시상식 기대해도 되는 거 아닐까요?
"난 원래 그런 건 기대를 안 해요. 누가 봐도 받을 만한 한 사람이 받으면 모를까 공동 수상이 너무 많아요. 진짜 열심히 연기 잘한 사람 놔두고 CF 많이 찍는 사람들을 준다고. 그런 걸 20년 넘게 봤어요. 그리고 올해는 특히 생각 정리할 게 많아서 시상식장에 안 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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