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전성기에 크게 못미쳐
● 혁신 사라지자 '남자의 자격' '슈퍼스타K' 등 스토리 있는 감동의 반격
MBC ‘무한도전’ 의 프로레슬링 도전 모습. 그러나 이후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1박2일' '개그콘서트'(KBS) '무한도전'(MBC)은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넘게 장수한 지상파 방송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1박2일'은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인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함으로써, '개콘'은 스타 개그맨과 MC의 산실로, '무한도전'은 인터넷을 도배할 만한 화제를 양산해 대중문화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런데 전통적인 예능 강자들의 시청률과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주말 '1박2일'은 31.8%, '개콘'은 17.4%, '무한도전'은 16.6%를 기록했다(시청률 조사회사 TNmS). 전성기와 비교하면 시청률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예능 강자들의 부진에 대해서는 일부 진행자들이 일으킨 사회적 논란이 주된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1박2일'은 지난 6월 김C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차한 이후 한동안 멤버 구성을 놓고 논란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개그맨 못지않은 재치로 6인 체제의 핵심멤버로 활약해온 MC몽이 병역 기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아예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C와 MC몽의 하차에 따른 불안한 5인 체제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개그콘서트'의 경우 지난해 곽한구과 김준호가 각각 차량절도와 도박 혐의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가 김준호만 복귀했다. 올해는 천안함 사태로 5주간 결방되면서 프로가 활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또 '나를 술프게 하는 것'과 '동혁이형' 코너의 갑작스러운 하차, 강유미 안영미 같은 고참급 멤버들의 부재가 길어진 것도 프로그램의 무게감을 하락시킨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세 프로 모두 성공 포맷을 반복하는 '매너리즘'이야말로 시청률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 MC와 출연진 등의 방송외적인 문제?
내우외환에 빠진 '1박2일'. 복불복 게임을 앞세워 정상에 올랐지만 초심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주 '1박2일'은 또 한번의 '복불복' 게임을 선보였다. MC 강호동과 촬영감독 그리고 PD가 80명에 달하는 스태프 아침밥값을 걸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벌인 것.
당초 계획된 울릉도 여행이 태풍 때문에 무산되자 재미를 위해 아침 밥값 50만원을 놓고 시끌벅적한 이벤트를 기획한 것. 그러나 시청자들은 "MC들끼리 게임하다 지쳐 이제 PD까지 끌어들인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잠자리나 지역의 특식을 놓고 벌이는 '볼불복' 게임은 원래 '1박2일'의 재미를 살려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아예 메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지나친 반복으로 게임의 재미가 줄어들자 연예인 매니저는 물론이고 작가와 제작진으로까지 판을 확장한 것이다.
이 밖에도 '1박2일'은 뜬금없이 강호동과 이만기의 씨름대결을 제안하고 나섰다. 지난해 해병대 캠프에서 강호동과 해병대 병사들과의 깜짝 씨름 이벤트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간 '1박2일'의 매력으로 전국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한 MC들의 좌충우돌 여정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들의 깜작 방문이나 복불복 게임으로 주제가 변질된 모양새다.
문화평론가 조희제씨는 "1박2일 시청자 투어에 참가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평생 돈버느라 여행을 못 다녔는데 이 프로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한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한도전'은 이색도전, 미션수행, 패러디 등 모험 정신으로 충만한 다양한 포맷을 시도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토요 예능의 정상을 정복하고 진행자들의 지명도도 덩달아 올라가면서 '새로운 도전'이나 '캐릭터 간의 갈등'이라는 프로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올 여름에는 '프로레슬링'이라는 MC들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자극적인 도전에 나섰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지나치게 위험한 장면이 많아 거북했다"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현재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린 이색적인 미션수행과 서바이벌 게임으로 반전을 모색 중이지만 새로운 도전거리를 쉽사리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소재의 식상함, 비슷한 포맷의 남발…
대한민국 대표 개그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 11년째 장수프로그램이지만 반복되는 자가 복제로 최근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다. 11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개콘'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간 이 공개 코미디는 신인 등용의 장으로 신선한 웃음을 전파하며 일요일 저녁 9시라는 황금시간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봉숭아 학당'을 비롯한 엇비슷한 코너들이 날카로움을 잃고 자체 패러디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개방송 형식의 코미디가 장르적 한계에 이르렀다거나, 전반적인 코미디 프로의 하락세에 따른 동반침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SBS의 '웃찾사'나 MBC의 '하땅사'가 올해 폐지됐다. 개그프로그램 부활과 퇴조는 경기나 사회적인 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시청자들은 소재의 식상함, 비슷한 포맷의 남발이 불러온 자충수라고 비판한다. 너무 오랫동안 성공 방정식을 고수하느라 새로운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통 예능 프로의 부진과 대조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로그램은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과 케이블TV의 '슈퍼스타K'다.
'남자의 자격'은 방송초기 "무한도전 따라하기로 보인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뚜렷한 컨셉트가 부족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최근 박칼린을 앞세운 '합창'편의 대성공으로 경쟁 프로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 역시 예능프로의 '캐릭터 키우기' 전략을 고스란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접목해 대박을 터트린 사례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1박2일이나 무한도전 같은) 캐릭터 예능이나 코미디 프로들이 지나치게 짧은 웃음과 익숙함만을 반복 추구하면서 시청자에게 건넸던 감동의 크기가 줄었다"며 "최근의 트렌드는 오히려 '남자의 자격' 합창편이나 '슈퍼스터K'처럼 스토리가 있는 감동적 웃음이다"고 해석했다.
전통적 예능 강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이 웃음의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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