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승부사 김인경 ‘역전여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7시 00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정상
19언더파로 페테르센 3타차 꺾어
우승상금 전액 자선단체 등에 기부

미 LPGA 투어의 대표적인 ‘단타자’ 김인경(22·하나금융)이 ‘장타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개인 통산 3승째이자 올시즌 한국선수가 거둔 LPGA 9승째다.

김인경은 15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과달라하라 골프장(파72·6644야드)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서녈(총상금 11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1개에 버디는 9개 골라내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16언더파 272타)을 3타 차로 꺾었다.

김인경은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가 244.5야드에 불과하다. 투어 선수 중 95위로 하위권이다. 반면 페테르센은 LPGA에서도 알아주는 장타자다. 평균 비거리가 259.7야드로 김인경보다 15야드 이상 더 친다.

드라이버 샷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될 것 같지만 이날 경기에선 김인경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초반에는 팽팽했다. 두 사람은 1번과 3번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아내는 기 싸움을 펼쳤다.

4번홀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15야드나 뒤에서 플레이하는 김인경이 계속해서 먼저 공을 핀 가까이 붙여놓자 장타자 페테르센도 부담을 느꼈다. 세컨드 샷을 물어 빠트려 더블보기를 적어낸 페테르센은 단숨에 1타차 2위로 내려앉았다. 승기를 잡은 김인경은 6번부터 9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4타차로 달아났다.

후반은 편하게 풀어갔다.

페테르센이 10, 11, 14번홀에서 버디로 추격했지만 김인경도 11번과 15번홀 버디로 응수했다.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을 버디로 끝내면서 화끈한 팬서비스까지 펼쳤다.

김인경의 장기는 정확한 아이언이다. 그린적중률은 73.5%로 전체 3위다. 페테르센도 만만치 않다. 투어 선수 중 가장 높은 전체 1 위(76.9%)다. 그러나 이날 대결에선 김인경에 압도당했다. 김인경이 4일 동안 66차례나 레귤러 온에 성공한 반면, 페테르센은 57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1년 5개월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인경은 22만 달러의 우승상금 전액을 로레나 오초아 재단과 미국의 자선단체에 나누어 기부하기로 했다.

김인경은 “오초아가 지금은 은퇴했지만 선수 시절에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는 나도 골프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할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은 최나연(23·SK텔레콤)과 크리스티 커(미국)의 베어트로피 경쟁은 마지막 대회까지 안개 속으로 빠졌다. 최나연이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7위에 올랐지만, 커가 2타 앞선 14언더파 274타 공동 4위로 끝내 1,2위간 격차가 0.09타차로 좁혀졌다.

최나연이 시즌 평균 69.77타로 여전히 1위, 커가 69.86타로 2위다. 최나연은 상금 3만125 5달러를 추가해 시즌 상금 181만4558달러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2위 신지애(22)와의 간격을 3만4000여 달러로 벌렸다. 박희영(23·하나금융)은 11언더파 277타를 쳐 공동 10위, 은퇴 뒤 6개월 만에 정규대회에 출전한 오초아는 공동 25위(이븐파 288타)로 경기를 마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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