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 금메달 후일담] “金 못따면?…화장실에 숨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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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7시 00분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올림픽 9전 전승 우승에 이은 또 한번의 ‘퍼펙트 금메달’. 그 뒤에는 24명 선수들의 땀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노고, 지원스태프의 노력이 있었다. 10일 광저우에 입국한 선수단은 20일 하루 휴식을 가진 뒤 21일 귀국길에 오른다. 이제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광저우 뒷얘기’들을 모았다.

○“만약 못 따면 화장실서 죽치다 도망가야지 뭐”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온 뒤 조범현 감독은 “만약 금메달 못 따면 공항에 무슨 낯으로 얼굴을 내밀겠느냐. 화장실에 몇 시간 죽치고 앉아있다 도망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다. 비록 농담이었지만, 그 말에는 ‘금메달을 따야 본전’인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 감독이 얼마나 큰 부담감을 느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야구 선수들이 기가 센가 봐요”

대표팀 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선수촌에 묵었다. 선수촌은 시내와 한 시간 거리. 마땅한 소일 거리가 없는 선수들은 선수촌 내에서 유독 더 다른 종목선수들과 친분을 쌓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묘하게 대회 초반 야구선수들과 친했던 종목 선수들은 대부분 은메달에 그치더란다. 한 선수의 말, “야구 선수들 기가 센가봐요. 우리가 다 뺏어와서 그런가.” 그 때, 옆에서 누군가 그랬다. “그렇게 장담하다 금메달 못 따면 어쩌려고?”

○코칭스태프 분위기 메이커는 윤영환 코치

경성대 감독인 윤영환 코치는 ‘넘버 원’ 입담으로 선배 코치, 감독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조 감독은 “1년치 웃을 것을 윤 코치 덕에 여기 와서 다 웃었다”고 했다. 무슨 얘기를 하길래 그러냐고 묻자, 조 감독은 “난 흉내 못내”라고 하다 주변 강권에 못이기는 척 ‘한 개그’를 선보였다.

의외로 반응이 좋자, 조 감독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왈, “나도 되네”. 윤 코치에게 직접 부탁하자, 윤 코치는 손사래를 치다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를 네 글자로 하면 뭐냐”고 되레 질문을 던졌다. 주변에서 고개를 갸웃하자, 윤 코치의 답. “인!생!, 예∼∼술.” 인생은 발음을 짧게 하고, 예술은 길게 하면 된다는 ‘고급 유머’였다.

광저우(중국)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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