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형씨 소화기 들고 달려가 고가사다리차 타고 탈출 도와… 손가락 봉합수술 “할일 했을뿐”
“앗 불이다!”
22일 오후 4시 5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보광훼미리마트 본사 건물에서 근무 중이던 남기형 POS 개발팀장(41)은 맞은편 건물 3층 창문 밖으로 치솟는 불길을 목격했다. 남 팀장은 사무실에 있던 소화기를 손에 든 채 정장 차림 그대로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눈으로 확인한 맞은편 화재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작은 창문 밖으로 네댓 명이 입만 내민 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곧 질식할 것처럼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이날 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 병원 병실에서 만난 남 팀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당시 남 팀장에 이어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고가사다리를 연결한 채 화재 현장에 들어가려고 장비를 착용하고 호스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더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남 팀장은 그대로 맨몸으로 고가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3층 유리창 앞에 도착하자 입만 보이던 사람들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아주머니가 살려달라며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소화기로 제 양 옆 창문을 모두 깼죠.” 유리창이 깨지자 건물 안에 갇혀 있던 검은 연기가 무섭게 밀려 나왔다. 독한 연기에 남 팀장 본인도 순간 휘청했지만 유리 파편이 튀어 손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창문을 계속 깼다. 사람이 나올 만한 공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뒤 남 팀장은 창문 앞에 있던 시민 4, 5명과 함께 순서대로 천천히 사다리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본 남 팀장의 동료들은 “평소에도 의리를 중시하고 의협심이 강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남 팀장은 구조 과정에서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가 찢어져 이날 병원에서 한 시간가량 봉합수술을 받았다. “유리 파편이 얼굴로 쏟아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제 와서 해보면 조금 아찔하네요. 그래도 저보다 더 많이 다친 분들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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