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심분리기 공개’ 파문]韓美 ‘北 핵포기해야 대화’ 고수… “中도 나서달라” 외교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2일 한미 간 협의를 마친 뒤 일본으로 떠났고,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으로 향했다.

○ 5자 공동대응 전선 구축에 전력

한미 양국은 무엇보다 북핵 6자회담 참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 공동전선을 구축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방일한 보즈워스 대표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과 만나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중대한 사태”라며 “(한미일) 3국이 긴밀한 정보교환을 통해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23일에는 중국을 방문한다. 그의 이번 아시아 순방길에는 러시아 방문 계획이 없지만 미국은 다른 채널을 통해 러시아와도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핵 위기에 대응하는 데 결정적인 관건이 중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재를 지속하는 것도, 대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국이 얼마나 호응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중국을 방문한 위 본부장은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중국 정부가 나서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은 아직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태도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태도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 간 양자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양 부장이 방한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인 만큼 중국 측의 정리된 입장을 갖고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제재 지속이냐, 대화 추구냐

우라늄 농축 활동이라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하는 해법을 놓고서는 여전히 관련국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이 분명해져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이번 파문을 계기로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6자회담 전망에 대해 “내가 가진 수정구슬(crystal ball·미래를 보는 구슬)은 안갯속에 있다”며 “북한이 실질적으로 진정성과 의지를 갖고 대화와 토론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당분간 6자회담에 나설 수 없다는 ‘선(先)비핵화, 후(後)6자회담’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한국도 단기적으론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취해야 할 선행(先行) 조치로 그동안 제시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핵시설 모라토리엄(유예) 선언과 함께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추가로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지수가 고조되면 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미 양국이 모두 장기적으론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미국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 북한의 의도와 핵개발 현황 파악을 명분으로 북-미 직접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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