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이 24일 전격적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소환조사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그동안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9월 초 수사 착수 이후 3개월 가까이 한화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하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듯하자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그동안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금융감독원이 넘겨준 전현직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들어있던 150여억 원 외에 추가로 김 회장의 개인 돈 400억 원가량이 들어있는 차명계좌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룹 차원에서 관리해온 문제의 비자금 중 일부가 사채시장에 흘러가 ‘돈세탁’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김 회장이 2005년 유통부문 계열사 한유통과 물류부문 계열사 콜럼버스가 경영난을 겪자 이 회사들의 3000억 원대 부실을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떠넘긴 정황도 확인했다. 콜럼버스는 김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한나라당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빙그레의 계열사였다가 최근 김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가 대주주인 태경화성에 인수됐다.
수사팀은 비자금의 규모가 크고 그룹 차원에서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조성·관리해온 점을 감안할 때 비자금 조성과 관리가 김 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에게는 △차명 소유회사와의 부당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및 부실계열사 지원(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한화증권 등 계열사를 통한 차명계좌 운용(금융실명제법 위반)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계열사 주식 차명보유(자본시장법 위반) △조세포탈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소환조사를 통해 김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때에는 한화그룹 수사는 비자금의 사용처 규명 등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또한 현재 진행되는 서울서부지검의 태광그룹 수사, 서울중앙지검의 오리온그룹 수사 등 다른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수사의 윤곽도 곧 드러날 예정이어서 올해 하반기 들어 관심을 모아온 대기업 수사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회장을 소환조사까지 하고도 혐의 입증에 실패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그동안 한화그룹 측은 검찰이 회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10여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하고 상당수의 계열사 임직원들을 소환조사한 데 대해 ‘먼지떨이’식 수사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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