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이버대는 고려대가 만들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물론 고려사이버대라는 이름은 지난해까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려대와 관계있는 사이버대학이 지난해까지 없었던 건 아니다. 한국디지털대를 2001년 설립한 고 김병관 박사가 고려대 학교법인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출신이었기 때문. 올 2월 한국디지털대하 ‘고려사이버대’로 학교 이름을 바꾸면서 등록률도 크게 올랐고 곧 고려중앙학원과 통합될 예정이다. “고려대의 설립 정신과 교육 이념을 사이버 공간에서 이어가기 위해 대학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다.”(나홍석 연구개발처장) ○ ‘10대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나서
고려사이버대는 국내 최초로 케어기빙(Caregiving) 전문연구소 RCI(Rosalynn Carter Institute for Caregiving)-Korea, e러닝 외국어교육연구소, 정보기술연구소, 한국문화연구소, 교수학습센터를 운영해 전공별 특성화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케어기빙 전문교육은 국내 어느 대학도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다. 온라인에서 케어기빙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세계 최초다. 나 처장은 “케어기빙은 장애나 기능 손상으로 스스로 돌보기 힘든 사람을 보살펴 주는 서비스”라며 “미국 조지아사우스웨스턴주립대 RCI에서 오랜 연구와 임상 실험을 통해 검증한 케어기빙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 실정에 맞도록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CI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로절린 카터 여사가 설립한 연구 기관으로 올 3월 RCI-Korea 출범식 때 카터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다.
사회 복지에 대한 고려사이버대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7년 시작한 ‘다문화 e-배움 캠페인’에는 결혼 이주 여성 7만 명이 참여했다. 염철현 교수(평생교육학)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뿐 아니라 결혼 이주 여성들이 모국에서 받은 교육의 성과를 한국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대학 교육을 받은 이주 여성이 한국 농촌에 시집와서 농사만 짓는 건 사회적 낭비로 사회 구성원으로 몫을 다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사이버대는 포스코와 골드만삭스가 후원하는 이 캠페인을 해외에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모바일캠퍼스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고려특강’ 역시 고려사이버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이 특강은 ‘세상엔 배울 게 많다’는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를 고루 초청해 실용적인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나 처장은 “앞으로도 해외 대학 및 기관들과 공동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10대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 사이버대의 국제적 롤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고려사이버대가 만든 교육 과정과 시스템을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로 전파할 포부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모바일 강의 내년부터 전체 확대
사이버대의 최대 장점은 현대판 주경야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상 사이버대 학위는 오프라인 학위와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
컴퓨터정보통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구 씨는 고교 졸업 후 고려사이버대에 입학했고 학교 도움으로 취업에도 성공했다. 김 씨는 “같은 나이에 오프라인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은 졸업하면 학위뿐이지만 나는 현장 경력도 동시에 갖춘다”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또래보다 한발 앞서가는 느낌에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사이버대 역시 학습 인프라를 확충해 가며 김 씨 같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2003년 국내 사이버대 최초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컨설팅을 받아 차세대 교육정보시스템을 구축했고 삼일회계법인, KBS연수원, ㈜YBM시사닷컴, 국립극장 등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 양성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학부제를 도입해 학생들이 학문 간 연계성을 살리면서 학과별로 깊이 있는 학문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8월 고화질(HD) 제작 스튜디오를 갖춘 미디어센터 문을 열면서 학생들에게 HD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1학기부터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모바일 강의를 전체 강의로 확대할 방침이다. 2012년에는 국내 고등교육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마포구 상암DMC에 입주해 제2의 성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고려사이버대는 온라인 강의뿐 아니라 MT, 동아리, 오프라인 특강을 통해 학생들이 친목을 다지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경영 상담 외국어 인기
고려사이버대는 7개 학부에 17개 학과를 두고 있다. 이 중 경영학과, 상담학과, 실용외국어학과가 가장 인기다.
경영학과는 경영자로서의 종합적인 사고 능력과 전문가로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 경영자를 꿈꾸는 학생뿐 아니라 대기업 임원, 현직 변호사, 의사,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현재 경영자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것도 특징이다.
상담학과는 다문화 상담, 가족 상담 및 부모 교육, 청소년 상담의 세 축을 중심으로 상담 이론과 실무, 올바른 인성의 세 박자를 갖춘 전문 상담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청소년상담사, 직업상담사, 임상심리사 등 해당 분야 자격증 취득도 돕는다.
실용외국어학과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학과다. 학생들의 실전 회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원어민 교수와 전화, 채팅으로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TESOL이나 일본어지도사(JTTC), 중국어지도사(CTTC) 자격증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고려사이버대는 다음 달 1일부터 22일까지 2011학년도 전기 신·편입생 우대 모집을 진행한다. 우대 모집에 합격하면 입학금을 최대 2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의견서 형태의 논술 100%로 신입생을 선발하며 입학지원센터(go.cyberkorea.ac.kr)나 전화(02-6361-2000) 상담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국내 10위 진입 목표”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국내 10위 대학 진입이 목표다.”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72·사진)은 ‘앞으로 10년 후 고려사이버대의 모습’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어 “학교 법인 통합은 단순히 교명을 바꾼 데 그치지 않는다. 고려사이버대는 같은 재단인 고려대에 맞먹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소명감을 갖고 있다”며 “특히 직장인 선호도 1위 학교가 될 것이며 교육 과정이나 기업 만족도, 참여도에서 1위를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고려사이버대는 오프라인이 따라올 수 없는 ‘온라인 통합’을 무기로 내세웠다. 김 총장은 “2007년 ‘다문화 e-배움 캠페인’을 시작할 때 모두들 안 될 거라고 했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진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은 온라인뿐이었다. 결국 성공했다”며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고려사이버대는 단지 오프라인 대학원 강의를 온라인에 옮겨 놓는 게 아니라 온라인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생각하는 ‘온라인 대학원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최신 의료 기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김 총장은 “예전에는 시골에 있는 의사가 새 치료 기술을 배우려면 서울까지 와야 했다. 그러나 고려대 의대와 고려사이버대가 협력하면 시골 병원에서 컴퓨터로 신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산학 협력을 맺은 기업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다. 김 총장은 “삼일회계법인, 고려대 경영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등이 축적한 역량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면 경영학 분야에서 대학원과 학부 교육의 품질에서 다른 사이버대와 수준이 다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0대 이하 재학생이 많아 학교의 미래가 밝다는 것도 김 총장 판단이다. 그는 “우리 대학은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운영하지만 구성원 사이의 인간관계는 인본사상에 입각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충만해 있다”며 “이미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젊은층이 자기 가치를 더 높이고 교류 폭을 넓히기 위해 우리 학교를 찾는다. 연륜을 갖춘 60, 70대가 이들에게 ‘선생님’ 구실을 하면서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후 고려사이버대 졸업생은 어떤 모습일까. 김 총장은 “자발적 사회봉사 정신과 학구적 활동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며 “자기 분야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사회의 그늘을 보듬는 인재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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