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 압력을 받아온 중국이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한국에 급파하는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외교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평소 주장해온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다시 들고 나와 작금의 한반도 안보위기 해법에 대한 양국 간 시각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27일 전격 방한한 다이 국무위원은 28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2시간가량 면담했다.
다이 국무위원은 이날 면담에서 연평도 사태에 대한 한국 측 희생에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남북한 평화를 위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다이 국무위원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일절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에 “최근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개한 데 이어 민간인까지 공격한 것은 중대한 사태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더욱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해 달라”며 “20세기 냉전시대가 종식된 지금, 21세기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관계에서 중국이 새로운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배석자들이 참석한 확대 면담에 이어 다이 국무위원과 5분간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 다이 국무위원은 후 주석의 친서를 휴대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지도부의 구두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수석은 “(면담에서) 6자회담과 관련해 중국 측의 언급이 있었으나 비중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면담에 배석했던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중국으로 돌아가 오후 5시 반 중국 외교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12월 상순에 베이징에서 북핵 6자회담 단장(수석대표) 긴급 협상을 해 현재 각 측의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자”며 “이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동북아 긴장 국면 완화에 공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 대표는 “이번 긴급협의가 6자회담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정부는 중국의 제안에 유의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북한이 경수로 건설현장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데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로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10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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