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 현장에서 장난을 치며 즐거워 하는 현빈(왼쪽)과 윤상현. 현실 속 두 사람은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솔직하고 귀여운 캐릭터다. 사진제공 SBS.
필자에게 굴욕(?)을 안겨줬던 두 남자배우가 나란히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를 만났다. 굴욕을 준 장본인들의 작품인 만큼 안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재밌다"는 주변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1회를 시청했다. 드라마 제목은 '시크릿 가든'.
그리고 시청한 지 몇 분 안 돼 내 머리엔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음, 역시 그들답군. 완전 재밌잖아?'
부끄럽지만 필자의 굴욕스토리를 공개하고자 한다. 매우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두 훈남의 평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 "현빈 씨, 솔직함도 죄라고요."
몇 해 전 현빈 씨와 프랑스 파리에서 CF촬영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파리에 도착한 첫 날 밤, 나와 클라이언트 대표 등이 현빈 씨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게 됐다.
낭만적인 파리에서의 첫날밤인 만큼 우리 일행은 와인도 한 병 시키고 스테이크도 썰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갑자기 클라이언트 대표님이 현빈 씨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현빈 씨, 이 분(필자를 가리키며) 결혼 한 것 같아요, 안 한 것 같아요?"
난 의례적인 대답("젊어 보이시니 아직 안하셨겠죠.")를 기대하며 얌전히 기다렸다. 그러나 곧이은 그의 답변.
"당연히 하셨겠죠. 저렇게 식성 좋게 드시는 걸 보니…."
그의 이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내게 굴욕감을 안겨줬다. 첫째, 내 딴에는 정말 얌전히 먹고 있었는데 그의 눈에는 '아줌마'처럼 꾸역꾸역 잘 먹는 걸로 보였다는 것. 둘째, 나름 동안(童顔)이 매력이라 자부해 왔는데 이 젊은 남자에게 필자는 두 말할 것 없는 '아줌마'였다는 것.
일행은 이 '유머러스'한 답변에 즐거워했다. 식사 분위기 또한 더 화기애애해졌다. 하지만 내 마음은…. 모델로선 확실한 프로페셔널인 그이지만 '외교적 발언' 구사력만큼은 아마추어가 아닌가.
▶ "팬이예요" 인사에 윤상현은 "그런데요?"
윤상현은 촬영 현장에서 깍듯하기로 유명하다. 사진은 그가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남자의 눈주름은 매력이 아니다"라고 외친 소망화장품 다나한의 ‘RG2 포맨 아이크림’ 광고. 다음은 윤상현 씨 얘기다. 당시 MBC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통해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그를 나도 CF모델로 활용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을 함께 한 지인이 자신이 윤 씨와 친하다며 통화를 주선해줬다. 어렸을 때부터 스타를 팬으로서 좋아한 적은 없었고 수없이 CF촬영을 진행하면서 당대 최고 배우 앞에서도 가슴 떤 일 없는 필자였지만 재미삼아 통화 연결을 요청했다.
"아, 안녕하세요, 윤상현 씨." 이렇게 인사를 건네고 나니 딱히 다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의례적인 말 하나를 보탰다. "저 윤상현 씨 팬이예요."
보통의 스타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이 정도는…. "아, 네."
그러나 윤 씨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요?" (그것도 차갑게!)
그 다음 몇 마디가 더 오갔지만 충격 때문인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갑자기 주책 맞은 팬이 돼버린 이 상황, 어쩌면 좋을까.
▶ 솔직한 그들의 '구김살 없는' 평소 모습
2006년 축구 스타 안정환과 소망화장품 ‘코엔자임Q10’ 광고를 함께 찍은 현빈은 처음 만난 안정환을 금세 '형'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다소 무례하게도 비춰질 수 있는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이후 그들의 '진면목'을 봤기 때문이다(그러니 배우, 매니저 여러분 모두 오해 없기를! O₂ 웹진에 글을 쓰고 나면 연예인들로부터 잘 봤다는 인사를 받게 되는데 이번 글은 처음 몇 줄만 읽고는 원망을 들을까봐 걱정이 돼 하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지금 이들의 진짜 팬이다. 위에 밝힌 일화들 역시 이들이 톱스타로 '훈련'받은 외교적 인물이 아니라 솔직한 사나이들이었음을 방증해주는 일들이다.
먼저 윤상현 씨가 그날 그렇게 차갑게 되받아쳤던 것은 약간의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거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약간 혼잡한 분위기였는데 그저 장난 전화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 소망화장품 다나한의 'RG2 포맨 아이크림' 광고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 촬영에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사람이었다. 촬영 스태프에게 일일이 그렇게 깍듯이 인사하는 연예인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한편 현빈 씨의 실제 모습은 장난꾸러기 소년 그대로다. 현재 출연하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김도원처럼 그에게도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구석이 많다.
NG가 날 때마다 장난스럽게 웃던 그는 수년 전, 신인 때 딱 한 번 함께 작업한 뒤 다시 만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형'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2006년 축구스타 안정환 씨와 함께 한 소망화장품 '코엔자임Q10' 광고 촬영에서도 처음 본 안 씨를 금세 형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남자들과 쉽게 친해지는 모양이었다('안타깝게도' 여자들에게는 약간 무관심한 느낌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백화점 CEO와 한류 스타 역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에 빙의된 느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연기로 옮기기만 하면 되니 이번 드라마는 쉽게 찍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들 나름의 애환도 있겠지만….
광고기획자의 눈으로 보는 '시크릿 가든'의 캐릭터들은 광고 모델로서 그들의 주가를 훨씬 더 높여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재벌 2세와 한류가수…. '있어 보이는' 이 캐릭터들은 팬들에게도, 광고주에게도 호감을 줄 것이 확실하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예측한 2011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텔 미, 셀렙(Tell me, Celeb)'이었다. 유명인 추종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블링블링'한 현빈의 트레이닝복이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것처럼, 그들의 입을 빌어 자신의 제품을 알리려는 업체는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 이상진 광고회사 웰콤 기획국장 fresh.sjlee@gmail.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