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대학 탐방]건국대학교

융합학문 5개 집중육성… 글로벌 연구역량 강화

건국대는 노벨상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내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의대 교수(오른쪽)와 로저 콘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조레스 알표로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과학센터장 등을 초빙해 공동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건국대

건국대의 목표는 2020년까지 5개 융합학문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뚝 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는 9월 김진규 신임 총장 취임과 함께 글로벌 대학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슬로건은 ‘i-SMART 건국 2020’이다.

건국대의 발전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1946년 설립돼 18만여 명의 인재를 배출한 건국대는 의학과 생명과학, 동물생명공학, 수의학 등 바이오생명과학 분야에서 큰 강점을 보여 왔다. 여기에 △경영과 공학을 결합한 기술경영 등 융합학문 △하이테크와 신재생에너지 △부동산·건축 △문화콘텐츠와 예술 등을 포함한 5개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i-SMART 건국 2020’의 목표다.

i-SMART는 innovation(혁신), intellectual(지식인), I(나)의 ‘i’와 대학의 주요 부문인 S(School·학교), M(Management·경영), A(Alumni·동문), R(Research·연구), T(Technology·기술)의 영문 첫 자를 딴 ‘SMART’가 결합된 말로 2020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 대학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설 투자와 우수 교수 연구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500명이 넘는 유능한 젊은 교수를 대거 임용하며 신기술 분야의 연구 역량을 확대하고 실용 및 응용 분야의 연계 교육 강화, 효과적 커리큘럼 개발 등 교육 내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학년당 20여 명의 최우수 학생을 선정해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를 제공하는 ‘상허의숙’도 설립한다. ‘상허’는 설립자인 유석창 박사의 호로 최우수 학생들을 집중 지원해 차세대 사회 지도자들로 길러내겠다는 전략이다.

○ 글로벌 선도 대학 건국대

세계로 뻗어 가기 위한 건국대의 노력은 해외 석학 유치에서도 단연 앞선다.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200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조레스 알표로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과학센터장,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루이스 이그내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3명을 석학교수로 초빙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처럼 한두 차례 특강만 하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연구실 자체를 건국대에 두고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건국대의 ‘연구 네트워크 세계화’는 저명한 연구소들을 대학에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2008년 핀란드의 세계적 연구소 VTT 국립기술연구센터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 신기술 개발을 위해 ‘건국대-VTT 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 최대의 헬리콥터 생산업체인 유로콥터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연구소(ISE)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이어 두 번째로 건국대에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글로벌 연구 역량 확대로 건국대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내외 기업들을 통한 외부 연구비 수주액이 2004년 246억 원에서 2009년 1187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 우수 인재의 산실

건국대는 10월 현재 44개국 280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복수학위제 등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지역과의 교환학생 교류가 늘면서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들이 건국대로 몰려오고 있다.

이렇게 건국대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만 올해 1514명(학부 기준)이다. 해외로 파견된 교환학생도 858명이다. 글로벌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30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쿨 하우스(KU:Leader＇s House)’는 영어로만 의사소통하는 ‘영어전용 층’과 영어 공용 휴식처인 ‘글로벌 카페’까지 갖추고 있다. 교원들도 올해 신임 교수의 12%를 외국인 교수로 뽑을 만큼 캠퍼스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융합학문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으뜸이다. 경영학과 공학을 결합한 기술경영(MOT)학과를 신설하고 기술경영 분야의 종합 교육 프로그램인 ‘밀러MOT스쿨’을 설립했다. 초대 원장으로는 기술경영 창시자인 윌리엄 밀러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를 초빙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처음으로 기술경영 MBA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경영전문대학원을 개원했다.

○ 정시 수능 반영 비율 나군 100%, 다군 70%

건국대 서울캠퍼스는 201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일반전형으로 나군 711명, 다군 694명을 선발한다. 나군은 100%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다군은 수능(70%)과 학생부(30%)를 함께 반영한다. 특히 다군에서는 전문계고교를 졸업하고 산업체에 3년 이상 근무한 재직자 대상의 ‘전문계 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자율전공학부 신산업융합학과 63명을 선발한다.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은 인문계의 경우 언어 30%, 수리 25%, 외국어(영어) 35%, 탐구 2과목 5%씩이다. 자연계는 언어 20%, 수리 30%, 외국어 30%, 탐구 2과목 10%씩 반영한다. 단, 문과대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제2외국어나 한문성적 표준점수의 5%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학생부는 2, 3학년 교과성적만 반영하고 사범계열에서 실시했던 구술고사는 폐지했다.

건국대는 융·복합 지식경제시대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성장분야의 학문 수요를 이끌기 위해 매년 새로운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2011학년도에는 국제학부 중국통상비즈니스전공과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충주캠퍼스)를 신설했다. 최근 신설된 학과들의 정시모집 인원은 기술경영학과 13명, 영어교육과 18명, 자율전공학부 31명, 문화콘텐츠학과 10명, 물리학부 24명,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 14명 등이다.
▼ 김진규 총장 인터뷰 “수의학 등 건대 강점살려 글로벌 온리 원 만들겠다” ▼

김진규 총장이 건국대 발전 전략인 ‘i-SMART 건국 202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건국대

“넘버 원(Number One)을 넘어 글로벌 온리 원(Only One)이 되겠습니다.”

9월 취임한 김진규 건국대 총장은 “모든 부문에서 1등을 할 수는 없지만 건국대만의 강점을 살린 분야에서 독보적인 1등이 되겠다”며 “이는 단순한 1등이 아닌 글로벌 온리 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1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1등을 하는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며 “건국대만이 할 수 있고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그런 학문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유수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우리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지금 건국대는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온리 원’ 후보로 김 총장은 건국대가 가장 큰 강점을 갖고 있는 의학과 생명과학, 동물생명공학, 수의학 등을 먼저 꼽았다. 이어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분야, 가장 가능성이 있고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키워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와 하이테크, 문화콘텐츠, 부동산·건축분야 등을 세계 최고 분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연구 분야의 발전과 함께 김 총장은 인재 육성에도 큰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학의 실체, 생산물은 바로 좋은 연구업적과 우수한 졸업생”이라며 “우수한 연구 성과와 뛰어난 졸업생을 배출해 대학의 생산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교시인 성·신·의(誠·信·義)에 바탕을 둔 ‘진실한 인성’ ‘멀리 높게 바라보는 안목’ ‘실천하는 지성인’의 자질을 갖춘 전인적 전문인을 배출할 것”이라며 “특히 스타 교수, 스타 학생, 스타 동문 그룹을 만들어 건국대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김 총장은 초대 총장인 유석창 박사 이래 50년 만의 의학자 출신 총장으로 학교 안팎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진단검사의학 분야 권위자인 그는 1990년 서울대 최초로 대학원 수업에 영어강의를 도입하는 등 개혁적 인물로 평가돼 왔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