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영화감독 정용기, 감독 꿈꾸는 정유경 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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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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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다만 영화는 영화가 아니듯,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마”

서울 상일여고 2학년 정유경 양(오른쪽)이 평소 좋아하던 정용기 영화감독을 만났다. 정 감독은 “한 편의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기에 감독의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상일여고 2학년 정유경 양(오른쪽)이 평소 좋아하던 정용기 영화감독을 만났다. 정 감독은 “한 편의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기에 감독의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주 10편 남짓한 영화가 개봉한다. 1000만 관객 시대는 이미 훌쩍 넘었다. 개봉작을 소개해주는 지상파 TV 프로그램부터 종일 영화만 나오는 케이블 채널도 있다. 어느덧 장래희망으로 영화감독을 꼽는 학생도 늘어난다. ‘신나는 공부’는 정용기 영화감독(40)을 만나는 자리에 영화감독을 꿈꿨던 서울 상일여고 2학년 정유경 양(17)을 초대했다. 정 감독은 영화 ‘비천무’ 각본으로 데뷔한 뒤 ‘인형사’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로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인물. 이후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원스 어폰 어 타임’ ‘홍길동의 후예’를 잇따라 연출하며 공포, 액션, 코미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왔다. 정 양은 중3 때 친구들과 함께 첫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있다. 정 감독은 정 양을 만나자마자 흥미진진한 영화현장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감독이 꿈이었나요?” 정 양의 첫 질문. 정 감독은 “어릴 때는 혼자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볼 만큼 영화광이었다”고 했다.

“배우를 꿈꿨어요. 영화가 마냥 좋았고 영화 속 멋진 배우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서였죠. 그러다 고등학생 때 영화감독이란 직업을 알게 됐어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연출을 총괄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 꿈을 이루기 위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어요.”

연극영화과를 졸업하면 바로 감독이 된다? 아니다. 영화감독이 되는 과정은 인내의 시간이었다. 정 감독은 대학졸업 후 8년 동안 감독 데뷔를 위해 준비했다. 배창원 감독 밑에서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시나리오를 써본 것. 정 감독은 “기다림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서 “그 시간을 견뎌내야 성숙한 감독이 된다”고 했다.

영화감독의 일상은 영화를 찍을 때와 찍지 않을 때로 나뉜다. 정 감독은 “영화가 시작되면 촬영기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영화감독은 한 편의 영화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영화를 찍는 모든 배우, 스태프의 의견을 듣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 각자의 인생관, 예술관이 달라 다투는 일도 종종 있기에 무엇보다 중심을 잡는 감독의 역할은 중요하다.

촬영이 있는 날에는 새벽까지 현장에서 배우들의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십여 개의 회의를 거친다. 각 분야의 스태프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고 감독으로서 주문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꼼꼼히 일러주는 과정이다.

영화를 찍지 않을 땐? 누구보다 여유로운 일상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정 감독.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해요. 그렇다고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 영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멈추게 된다’는 강박감이 계속 듭니다. 숙명처럼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노력해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올지 모르니 종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죠.”(정 감독)

“감독이 되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게 있나요?” 정 양이 물었다. 정 감독은 단호하게 “감독이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면 조급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정 감독은 “학창 시절에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친구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면서 “영화는 감독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집단이 이뤄내는 공동작품이므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체득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가문의 영광2, 3 등 유명 코미디 영화를 제작했다. 정 양은 특별히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우연히 코미디를 제작하며 재미를 느꼈어요. 마냥 진지한 성격이었던 제가 코미디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친구들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느냐’입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코미디 장르에 알맞았던 거죠.”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찾아 글로 쓰는 과정이다. 감독에게 일상은 모두 영화의 소재다. 길을 걷다가 문득 ‘삶이 달달하다’는 문구가 떠오른다면? 이 느낌을 영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우연히 교통순경이 버스를 세우는 모습을 본다면? 곧바로 ‘교통순경과 버스 승객’의 러브스토리를 상상해 본다.

이런 짧은 단상들은 정 감독의 손에서 한 편의 멋진 시나리오로 탄생한다. 정 감독은 “스토리를 시나리오라는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다”면서 “영화는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나뿐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정 양은 “인내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면서 “영화감독이 꼭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을 닮았다”고 했다. 정 감독은 “수험생과 비슷하긴 하지만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영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보람차고 신나는 직업”이라며 웃었다.

정 감독은 정 양에게 “감독이 되고 싶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쓰다만 글은 글이 아니고 찍다만 영화는 영화가 아니듯,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직업이 내게 맞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멈추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정용기 영화감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서울 상일여고 2학년 정유경 양은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 ‘P·A·S·S’(사진)의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 양처럼 P·A·S·S 고교생 기자가 되면 영화감독, PD 등 전문가나 사회 저명인사, 인기 연예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1000명 가까운 고교생이 P·A·S·S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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