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잠시도 잊지 않았어. 그래도 부족해서 더 채우려고 해….” 6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야구장. 최근 은퇴한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41)는 후배들 앞에서 야구인생 30여 년을 이렇게 압축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방망이를 쥔 ‘양신(梁神)’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후배들은 양 선수의 야구장 강의에 귀를 세웠다. 류현정 씨(20·여·디스플레이 화학공학과 2년)는 “한국의 대표적인 야구 선수이면서도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모습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내년에 미국 뉴욕 양키스팀 야구지도자 과정 유학길에 오르는 양 선수는 “영남대 위상이 높아지고 곳곳에서 활약하는 동문을 만날 때면 든든한 힘이 됐다”며 “후배들이 넓은 세상을 무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 양신 닮은 영남대
영남대는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양준혁을 닮았다. 개교 이후 60여 년 동안 늘 꿈틀거리며 변화를 모색했다. 부족한 점은 채우고 또 채웠다. 그동안 주목할 만한 교육과 연구 성과를 거뒀는데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영남대의 유전자(DNA)이다.
서울 이화금란고를 졸업하고 영남대 천마인재학부 의생명과학전공 1학년에 다니는 유혜진 씨(20·여)는 “영남대의 전통과 비전에 신뢰가 느껴져 진학했다”며 “장학금과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 동문의 파워도 든든해 보여 나 자신만 열심히 하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씨는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넓은 캠퍼스에 차곡차곡 꿈을 담아가는 대학 생활이 설렌다”고 했다.
활기찬 캠퍼스 생활을 들려주는 학생은 쉽게 만날 수 있다. 국제통상학부 1학년 박주은 씨(19·여)는 “내 삶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리더십을 키우는 데 영남대 그릇이 적당하다고 느껴 선택했다”며 “1년 다녀보니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졸업 때까지 다 겪어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방송기자나 금융업 분야에 진로를 계획하는 박 씨는 ‘시골의사’로 널리 알려진 박경철 동문(46·의학과 졸)을 닮고 싶어 했다.
○ 글로컬 이니셔티브 DNA
영남대 학생과 교직원에게 가장 익숙한 말은 ‘글로컬 이니셔티브’, ‘담대한 변화’, ‘Y형 인재’이다. 지역과 세계를 관통하는 주도권을 쥐고 앞으로 헤쳐 나가려는 자세가 모든 구성원에게 유전자처럼 스며들게 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만들어지는 인재가 곧 두 팔을 벌려 지구촌을 품는 ‘Y형’ 사람들이다. 대학 전체 그리고 구성원 각자가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내려는 노력이 이 세 마디에 녹아 있다. 공교롭게도 양 선수가 전국의 많은 대학과 기업에서 하고 있는 강의 제목도 ‘위기에 맞서는 담대한 변화’이다.
“몇 년 전에 비해 학교 분위기가 엄청 달라졌습니다. 학생의 리더십과 봉사, 취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헤아려 보니 무려 176가지였어요. 노력하면 장학금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고 공부에 필요한 여건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학한 김지환 씨(24·정보통신학과 3년)의 설명이다. 김 씨는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는 말도 이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나 자신부터 Y형 인재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재희 동문(61·행정학과 졸·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좋아한다고 했다.
○ 따뜻한 리더십과 교육
영남대는 최근 열린 ‘제5회 자원봉사자의 날’ 행사에서 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0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4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해외봉사활동을 비롯해 전공 분야를 활용한 8개 분야의 ‘글로컬 봉사단’ 등 봉사활동에 대한 남다른 관심 덕분이다.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배려할 줄 모르면 담대한 변화도 Y형 인재도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외봉사에 참여했던 장정화 씨(20·여·경제금융학부 2년)는 “세계 어느 곳에 가든 글로컬 마인드로 나 자신을 성장시키려고 다짐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인천국제공항을 보면서 이곳을 경영하는 분이 동문이라는 점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64)은 법학과를 졸업했다.
‘따뜻하면서도 담대한 변화’를 주도하려는 캠퍼스 분위기는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함)으로 자연스레 성과를 낸다. 생명공학부 조경현 교수(42) 연구실에는 최근 2년 동안 학생 4명이 저명한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급 국제저널에 제1저자로 논문을 실었다. ‘국제분자의학회지’에 논문을 실은 것을 계기로 독일에서 열린 유럽동맥경화학회에 참가해 발표했던 이지혜 씨(23·여·석사과정 1학기)는 “교수님의 지도가 큰 힘”이라고 했지만 조 교수는 “제자들이 성실하고 열정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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