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그 사건 그 후]<4>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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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개선-비리근절” 마지막 절규 ‘절반의 실현’

한국투명성기구는 8일 이미 고인이 된 A 씨(45)를 제10회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A 씨는 5월 열악한 노동 현실, 금품 채용 관행, 논문 대필, 불투명한 강사 채용 등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투명성기구는 “(A 씨 유서는) 많은 사람을 실천적으로 자극했고 결국 올 10월 사회통합위원회가 ‘대학시간강사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머지않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할 것이고 국회에서 이보다 나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수만 명의 시간강사가 이전보다는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A 씨가 수상자로 결정된 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분회는 파업에 돌입했다. 조덕배 경북대 분회장은 “전임교수 연봉은 전국 최상위권인 경북대가 강사들에게는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1400원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규 교수와 비정규 교수 간의 차별을 완화하고 대학 강사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게 우리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대폭은 5710원이다. 2011년부터는 정부 지원으로 강의료가 오르지만 지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무혐의 맞아도 상식으론 납득 못해”

A 씨는 유서에 논문 대필을 거듭 요구한 교수와 ‘채용 사례금’을 거론한 대학의 처벌을 요구한다고 썼다. 경찰은 A 씨 유서를 바탕으로 5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다. 결과는 무혐의였다. 경찰은 “조선대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논문 대필에 대한 문제점이 없었고 계좌를 분석해도 돈 거래 정황은 없었다”며 “그 밖에 여러 경로로 수사를 펼쳤지만 유서로 남긴 의혹은 밝혀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정규 교수 노조 조선대 분회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진실 규명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정재호 분회장은 “관련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무언의 힘이 있어 진실을 알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찰에서도 명확한 근거를 확보할 수 없으니 법적으로는 무죄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상식’을 찾아 자체 조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 씨의 부인 등 유족도 대학 4학년인 아들이 졸업한 뒤 조선대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 씨의 형(51)은 “경찰 수사에서 교수채용 비리에 대한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동생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반면 지갑에 항상 1만∼2만 원만 가지고 다닐 정도로 힘든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좌절될까 걱정”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시간강사는 반드시 공개 채용하도록 했다. 아주대가 지난달 23일 학교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내면서 첫 번째 테이프를 끊었다.

이렇게 채용한 시간강사는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보장받는다. 계약 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나며 국·공립대는 2013년까지 시간당 강의료를 현재 4만3000원에서 8만 원까지 올리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국회는 내년 예산안에 국·공립대 시간강사 지원비로 805억 원을 반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립대 시간강사 연구비로 173억 원도 따로 책정했다”며 “한국연구재단에 신청하면 연간 1000만 원 정도를 지급받을 수 있어 생계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비정규 교수 노조는 강사 개인이 신청하는 방식은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비정규 교수 노조 관계자는 “사립대들이 재정은 열악하지만 압력단체로서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수용할지 의문”이라며 “별도 연구비가 있다고 우리는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에서 교원 지위 인정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한 것도 불안 요소다. 비정규 교수 노조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일반적인 경우를 훼손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느 대학에서는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다른 대학에서는 초빙교수가 되면 결국 ‘시간강사=교원’이라는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 교수 노조 관계자는 “최근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 기대감에 부푼 건 사실이지만 곧 좌절감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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