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국가는 반드시 자신의 경제력을 정치적, 문화적, 군사적 목적에 이용한다. 세계의 헤게모니가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모습을 당연히 보이게 되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서구에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오랫동안 헤게모니를 장악해 왔던 서구 국가들은 대체로 자신들만의 가정 속에 갇혀 있기에 다른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민주 (마케팅 컨설턴트)》
중국이 서구식의 근대화 선진화 모델 대신 중국 특유의 모델로서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책이다. 중국의 미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가 수세기에 걸쳐 구축해 놓은 소프트한 국제 정치질서에 순종하는 형태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다.
단극체제의 주인공이었던 미국의 미래는 상대적으로 어둡다. 지금까지 세계 최대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서 미국이 누려왔던 지위는 앞으로 존속되기 힘들다고 본다. 국제 사회 지위의 근원은 결국 생산력(경제력)이기 때문이다.
중국식 미래 모델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중국과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문명국가, 중화사상, 조공제도’ 등에 관한 인식이다. 중국인들에게 국가는 중국문명의 구현이자 수호자로 인식돼 왔다. 이런 이유로 왕조시대에도, 공산당 통치시대에도 국가는 국민에게 강력한 권위와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중국인들은 서구의 근대에서 말하는 국민국가와는 다른 국가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 중국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중국 역사의 위대함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으며 민족적 문화적 우월감에 바탕을 둔 중화사상도 여전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조공제도도 강압적인 통치나 지배가 아닌 유연한 헤게모니를 상징하는 것으로 중국인들은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었던 유럽 국가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여서 ‘중국이 근대화를 완성하면 서구식 국가가 된다거나, 근대화를 이루려면 먼저 서구식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서구의 견해로는 중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이 새로운 모델로서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반대하는 견해도 만만치는 않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관계 전문가 존 아이켄베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제국주의적이라기보다는 자유를 강조하는 합리적이고 지속력이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참여하기는 쉬워도 전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사에 나타난 영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새로운 세계 강자의 등장은 세계질서와 함께 등장했다며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질서의 출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보여줄 새로운 모델의 정확한 모습을 예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정부 중심의 경제개발 모형, 유교와 결합한 민주주주의 체제 등을 유력한 후보로 상정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보여주고 있으며 권위주의적 유교 전통에 입각한 수준 높은 통치형태를 갖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강대국 중국이 세계를 다룰 방식에 대해서는 “정치·외교적으로 향후 50년간 특별히 공격적이라고 할 만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자국의 성장에서 자신감을 얻는 중국인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는 우월의식을 어떤 식으로든 표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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