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에서 작가로 변신한 이사강. 사진=이기욱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기자 35mm@donga.com
"영화감독이지만 아직 대표할 만한 작품이 없는데 장편영화는 언제쯤 볼 수 있나요?"
이같은 질문에 이사강(30)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라며 웃었다. 15일 오전 서울 장충동 웰컴씨어터에서 열린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출판기념회. 이날은 '작가'로 만난 그였지만, 먼저 영화에 대한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다양한 일을 하더라도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영상 연출이다. 그것 때문에 한국에 왔는데 준비하다 보니 작업이 좀 길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 진행을 맡고 영화전문 사이트에 칼럼도 쓰고 이번엔 책도 내게 됐는데, 글 쓰는 것도 감독으로서 쌓아야 할 수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어 "(장편영화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2011년에는 장편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사강은 정수현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블링블링'의 영화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용준의 전 연인'이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얻은 이사강은 본업인 영화·CF감독보다 케이블 방송 진행자, 작가 등 다른 부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영화감독으로 아직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외부활동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건 다재다능한 그가 이번엔 인도 여행기를 내놓았다. 이사강은 이번 책을 위해 '제 2의 낸시랭'이라 불리는 설치미술가 유쥬쥬와 배용준 화보 촬영으로 이름을 알린 포토그래퍼 김태환과 뜻을 같이했다. 세 사람은 인도 뭄바이, 바라나시, 고아 지역을 3주 동안 머물며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인도 여행기를 풀어냈다. ▶"인도는 내게 큰 영감을 준 장소"
영화감독 이사강과 설치미술과 유쥬쥬는 각각 자신만의 개성으로 인도 여행기를 풀어냈다. 사진제공= 프레인 -책 프롤로그에서 "인도로 떠나기 전 나는 누가 살짝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극도로 허약해진 상태였다"고 밝혔는데 당시 어려운 일이 있었나요? "여러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어요. 일단 쉼 없이 일을 해 포화상태라고 판단한 거지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너무 필요했어요. 마침 인도에 갈 기회가 우연히 왔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떠났지요."
-인도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서울을 비롯해 다른 도시들도 매력적이지만, 시간을 두고 스스로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일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곳을 가야 그동안 찾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인도를 택했어요. 모든 것이 극과 극이었던 인도는 그런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죠."
-인도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곳인데 힘들진 않았나요? "처음에 갈 때는 고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어려움을 이겨내고)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이런 마음으로 갔는데, 고생은 정말 하나도 안하고 너무 즐거웠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좋은 환경에서 있었나보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도 다른 여행객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지냈어요. 그런데 마음을 열고 생각하니 어려움이 고생으로 여겨지지 않고 즐겁더라구요.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구정물에서 물 튀기면서 놀고, 비 맞고 며칠 동안 씻지도 않고 했어요.(웃음)"
-가서 아프거나 그렇진 않았나요?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같이 간 쥬쥬는 음식 먹고 배앓이도 하고 두통에 시달리고 했는데, 저는 건강하기만 했어요. 이런 저를 보고 쥬쥬는 "정말 우월한 유전자"라고 말하기도 했죠."
-책 나오기 전에 미니홈피에 올린 인도 사진이 큰 관심을 받았는데 이것 때문에 출판 결심하신 것 아니세요? "물론 그것 때문에 책 낸 것은 아니구요(웃음). 여행기를 내는 것은 이미 계획된 거였어요. 사실 여행기를 준비하면서 세 사람의 스케줄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인도에서 촬영 중이던 가족 영화제 트레일러를 계속하면서 여행기도 같이 찍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죠. 이번 여행 덕분에 그렇게 뻣뻣하던 제가 유연해졌어요. 체면 따위는 상관 않고 제 일에만 몰두하게 된 거죠."
-인도 여행이 어떤 영감을 줬나요? "영국에서 함께 영화학교를 다녔던 인도 친구들이 봄베이에서 영화감독이 되어 있거나 편집을 하고 있었어요. 10년 만에 만난 인도 친구들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감을 줬어요. 이번 인도 여행을 통해 인격적, 성격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소한 습관까지 변하는 계기가 됐어요."
▶"'배용준 전 연인' 꼬리표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
-이제 이사강 씨 본인 이야기를 해보죠. 다양한 재능 때문인지 활동에 나설 때마다 대중의 관심이 큰데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일단 관심을 주시는 것은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관심들이 저를 자극시키고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것 같아요. 또 제 기본 삶의 자세 자체가 긍정적이라 크게 영향을 받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리고 일기는 쓰는 것을 좋아해서, 무엇인가를 쓰고 나면 다 털어낼 수 있고 해요."
-영화감독은 언제부터의 꿈인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인형놀이같은 것보단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런 것이 발전하면서 결국 감독이란 직업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영국영화학교에서 낸 졸업 작품이 큰 호평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졸업 작품으로 낸 '인어섬'이 졸업생 대표작으로 꼽혔어요. 꽤 잘 받은 편이었죠. 그러나 전 제 작품은 항상 비관적인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아요. 또 지금 보면 10년이나 더 된 작품이기 때문에 창피해서 못 보겠어요.(웃음)"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이사강. 사진=이기욱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기자 35mm@donga.com -요새도 '배용준 전 연인'란 호칭으로 종종 불리는데 부담스럽진 않은가요? "부담스럽기보단 좀 죄송하죠. 본의 아니게 제 이름과 같이 그 분의 이름이 자꾸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어서 빨리 제 일로 성공해서 제 이름으로만 불리길 원해요. 앞으로도 제가 풀어야 할 일종의 숙제인 셈이죠."
-그럼 요새도 배용준 씨와 친구로 지내시는 건가요? "예, 요새도 친구로 잘 지내요."
책 출간으로 잠시 외도를 한 이사강은 이날 "내년엔 본업인 영화감독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용준 전 연인' 이사강이 아닌 장편 영화감독 이사강이 팬들이 그에게서 기다리는 진짜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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