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왜 지금 아이유(IU)가 대세인가?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14시 58분


● 아이유는 이제 보아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최고의 '십대 싱어'
● 더 이상 버라이어티쇼에서 이미지를 낭비하는 우를 피해야


2010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참석한 가수 아이유. 깜찍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스포츠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2010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참석한 가수 아이유. 깜찍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스포츠동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미국 샌프란시스코 어딘가에 본사가 있는 유명 컴퓨터 회사의 브랜드 같은 이름을 지닌 소녀 보컬리스트가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아이유(본명 이지은) 말이다.

아이유의 신곡 '좋은 날'은 발표되자마자 삽시간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야심찬 신곡을 내놓은 인기 걸그룹들이 어린소녀의 신곡에 '묻히는' 기현상까지 발견됐다. 현 시기가 '케이팝 걸그룹 시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심지어 '천재 소녀가수' 출신으로 뛰어난 여성 아티스트로 손꼽혀온 윤하마저도 거의 동시에 신곡을 발표했지만 아이유의 기세에 눌려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가 됐다.

아이유는 2008년 데뷔해 약 2년간 꾸준하게 활동해온 아이돌 싱어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과거의 전례를 비춰보면 이런 가수가 세상을 깜짝 놀래킬 만큼 갑작스러운 인기의 상승이나 하강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일종의 '아이유 현상'을 겪고 있다.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30~40대 삼촌팬들 사이에서는 '아이유 앓이'란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 아이유의 3단 고음은 어마어마한 성과일까?

그 이유는 '아이유 3단 고음'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좋은 날'의 엔딩 부분 때문이다. 한마디로 '폭발적인' 후련함을 선사하는 이 대목 때문에 그저 귀여운 아이돌 연예인이었던 아이유가 한국 대중음악의 최고 기대주로 부상한 것이다.

주성치의 '쿵푸허슬'이나 잭 블랙의 '테네이셔스 디' 등의 영화 영상과 함께 패러디되고 있는 이 '3단 고음'은 'E-F-F#'으로 반음씩 올라가는 무호흡 지속음이 특징이다. 청자로 하여금 충분히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 있는 멋진 대목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의 가창력은 사실 그렇게까지 놀라운 것은 아니다. 많지는 않지만 현재 이 부분을 소화해낼 수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는 분명히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아이유의 뛰어난 가창력이 화제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유가 처음으로 주목받았던 이유는 단지 귀여운 얼굴을 한 어린 소녀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소녀가 폭발적인 가창력과 범상치 않은 음악성도 함께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풀어서 말하자면 아이유의 인기는 지금까지 지엽적이었지만 '3단 고음'이라는 특수 아이템 덕분에 총체적으로 변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데뷔초기 아이유는 각종 버라이어티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뽐내야 했지만 이제는 이미지 메이킹에서 부터 조금은 초연해 질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SBS 영웅호걸
데뷔초기 아이유는 각종 버라이어티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뽐내야 했지만 이제는 이미지 메이킹에서 부터 조금은 초연해 질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SBS 영웅호걸

아이유라는 아이템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귀엽고 웃음소리가 특이하며 엉뚱한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것에 '뛰어난 가창력'이라는 새삼스러운 발견이 덧붙여지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아이유라는 뮤지션을 발굴, 그리고 활동시켜온 제작진의 주도면밀한 캐릭터 만들기가 성공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걸그룹들이 댄스라는 장르 뮤직으로 승부할 때 섣불리 정면승부하지 않고 기타를 들게 했다. 외모와 이미지로 승부하기보다는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노출시킴으로 관객들과 직접 접촉하게 했다.

■ 여타 걸그룹들과 정면승부하지 않은 기획사의 현명함

그런 작전들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특히 듀엣으로 위치를 선점하는 작전 역시 주도면밀했다. 아역 스타 유승호의 듀엣은 마케팅적으로 성공했고 나윤권과의 듀엣은 절창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창력을 증명하겠다는 의도였다.

거기에 '가창력 아이돌'인 2AM 슬옹과의 듀엣은 또래 청취자들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또한 성시경과의 듀엣은 또래만이 아닌 세대를 넘어선 영역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마케팅적으로도 효과 넘치고 음악적 역량 역시 증폭시킬 수 있는 활동 영역이 바로 아이유가 가진 브랜드적 장점이다.

아이유는 이제 보아 이후 등장한 최고의 10대 소녀 싱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게 됐다. 또한 10대 취향의 팝 댄스에 기대지 않고 록킹(Rocking)한 곡으로 승부했다는 것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그 덕분에 또래에 머물지 않고 전 연령대 타깃의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심지어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를 아이유에 거는 시선도 존재한다. 때로는 아이유에게 이제부터 '송라이팅' 능력을 갖춰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 달라는 주문이 있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가 완성품'인 소녀 아티스트가 탄생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아이유가 '송라이팅'으로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가장 아름다운 상황이겠지만 무리한 작곡과 셀프 프로듀싱의 욕심이 괜찮은 싱어들을 망치는 것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는 여유도 필요하다.

몇몇 주목받은 '천재 소녀' 아티스트들이 그 상품적 라이프사이클이 길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아이유도 '자신의 이미지를 소모시키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지 메이킹'은 이제 그만 둘 때도 됐다.

느끼한 신비주의 전략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매체 출연의 빈도를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터져 나온다. 인기가 조금이라도 시들기 시작하면 안티의 총공격이 발생하는 것이 한국 10대 타깃 대중음악 시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저러한 걱정과 우려는 요즘 기획사들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겠지만 말이다.

현현 / 대중음악평론가 hyeon.ep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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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0-12-18 19:38:16

    모든 면에서 매력이 넘쳐요. 부모님 축하합니다 좋으시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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