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장혁 인터뷰② “시크릿 가든 캐스팅불발 아쉬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6일 15시 34분


▶ 1편에서 이어집니다
장혁 인터뷰 “추노 최고 몸짱은 성동일, 왜냐하면…”

● '자이언트' 정보석 역할 감명깊게 봐
● '시크릿 가든' 캐스팅불발, 아쉬움 없어
● 아들 둘 아빠란 사실, 연기에 큰 도움 돼


- '2010 최고의 드라마 연기자' 선정 결과 장혁 씨에 이어 '대물'의 권상우, '시크릿 가든'의 현빈, '신데렐라 언니'의 문근영, '자이언트'의 정보석 이범수 씨가 상위권에 랭크됐어요.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본 작품이나 연기자가 있다면?

"아무래도 '자이언트'죠. 연출자도 드라마 '불한당'에서 함께 작업했던 유인식 감독님이고요. 특히 정보석 선배님 연기가 참 좋았어요. 악역이긴 하지만 시대자체가 만든 상황에서 악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정황을 풍성하게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시크릿 가든' '대물' 도 봤고, 다른 작품들도 조금씩이나마 챙겨봤어요."

장안의 화제,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연기하는 김주원 역은 원래 장혁이 캐스팅 1순위였던 작품이다.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그는 고개를 흔들어보였다.

"아니오, 전혀 없구요. 드라마가 잘 돼서 정말 좋아요. '이게 원래 내 작품이었는데' 하는 생각은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촬영장에 실제 나가 스태프들과 살을 부대끼고 시간을 투자해야 정말 자기 작품이죠."

영화 '의뢰인', 드라마 '마이더스'로 만날 예정
최근 살이 더 빠졌다는 장혁은 슬림한 몸매와 작은 얼굴을 자랑했다.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살이 더 빠졌다는 장혁은 슬림한 몸매와 작은 얼굴을 자랑했다.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는 하정우, 박희순과 함께 영화 '의뢰인'을 촬영 중이다. 내년 5~6월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 장혁은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용의자 역할을 맡았다.

- '의뢰인'에서 용의자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그냥 평면적인 역할이 아니라 이 사람이 진짜 가해자인지 계획 수사에 의한 피해자인지 논란이 되는 캐릭터예요. 이런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보여주는 데 흥미를 느꼈어요."

- 내년 봄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마이더스'는 김희애, 이민정 씨 등 호화 캐스팅과 '올인' '허준'의 최완규 작가, '타짜'의 강신효 감독의 조합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기업간 인수 합병과 재벌가의 삶을 다룬 드라마예요. 저는 기업 변호사 역할을 맡았는데 자신의 욕망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속이며 음지에서 일하지만 나중에 정작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 후엔 정의롭게 바뀌고요. 이걸 남자의 세계를 그리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최 작가님이 그렸다면 참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았어요. '타짜'를 함께 찍은 강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그가 '추노'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찍은 중국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은 중국 절강TV를 통해 방영됐다. 이는 2000년 방영된 동명의 국내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 중국에서의 드라마 촬영 경험은 어떠셨는지요.

"일단 중국 드라마는 모두 사전 제작이예요. 방송국 자체는 그야 말로 '스테이션'에 지나지 않죠. 영화판으로 치면 극장주 역할 정도? 중국 정부는 아직 모든 프로그램을 검열하기 때문에 사전 제작 하지 않으면 방영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운이 좋았던 게 저희 드라마는 촬영 끝나고 한 두 달 만에 전파를 탔어요. 절강TV 최초로 방송사가 제작한 작품이라 편성을 당겨주었죠. 보통은 사전 심의로 대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찍고 나서 1~2년 뒤에 방영되는 작품도 많다고 들었어요."

- 국내에서 방영된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PD역할을 맡았는데 원작에서처럼 제작 PD가 아니라 편성 PD예요. 중국 방송국 PD들의 역할이 주로 편성 쪽이다 보니…."

▶ 집에선 그저 평범한 아빠
장혁은 최근 C로그를 통해 복싱 연습 모습을 공개했다. 절권도에 이어 복싱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연기의 리듬감과 호흡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장혁 C로그
장혁은 최근 C로그를 통해 복싱 연습 모습을 공개했다. 절권도에 이어 복싱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연기의 리듬감과 호흡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장혁 C로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팬들의 관심사다. 이런 팬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마이크로 블로그, 'C로그'에 직접 글이나 평소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그는 최근 'C로그'에 권투 연습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 지난달 C로그에 지하철 탑승 인증샷을 올리셨는데 사진 속 다른 지하철 탑승객들이 모두 장혁 씨를 못 알아보는 모습이어서 '장혁 굴욕'으로 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렸어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곤 해명할 게 있다는 듯 허리를 곧추 세웠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이었냐면요, 한류문화대상 시상식장에 늦지 않게 가야 하는데 G20정상회의로 일부 구간이 교통 통제가 되는 바람에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었어요. 옥수에서 공덕까지 탔는데 사진은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찍은 거구요, 조금 있으니 알아봐들 주셨어요."

- 공유 씨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장혁 씨와 닮았다는 질문에 "제가 그렇게 재미없느냐"고 되물어 화제가 됐어요. 물론 "그런 형이 좋다"는 말까지 덧붙여서…. 정말 그렇게 재미없으세요?

"이건 선입견인 것 같아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유머 감각도 적당히 있는데…. 공유가 말했던 상황이 제가 휴가를 나와서 정우성 형, 조인성, 공유 이렇게 넷이 군대 얘기를 하던 때였어요. 군입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제 군 생활을 얘기해줬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무엇을 하며 떨쳤는지도요. 또 각자에게 군 복무 기간 동안 어떤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어요. 주제가 진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밖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장 배우'지만 집에서 그는 지극히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라고 했다. 2008년 속도위반으로 출산한 큰 아들에 이어 지난해 둘째 아들까지 얻었다.

- 육아도 많이 거들어주는 편이세요?

"아이들이 지금 말도 많이 하고 막 놀아달라고 하는 시기니까 함께 뒹굴고 놀아요. 저도 아들 둘만 있는 집 첫째라 사내아이 둘이 함께 크는 환경을 잘 이해하거든요. 아버지와 제가 밖에서 움직이는 폭도 비슷하고요.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다니셨는데 사우디로, 이라크로 많이 돌아다니셨어요. 저도 촬영하러 나가면 아이들과 떨어져있게 되니까 아이들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죠."

- 한 인터뷰에서 유부남은 핸디캡이 아니라고 발끈했어요. 가정을 이룬 게 연기에 도움이 되나요.

이 질문에 그는 또 특유의 문어체 화법을 구사했다. '굉장히', '많이' 대신 '현저히'란 단어를 내뱉는 모습이 다소 생경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까지 느릿했던 말투가 갑자기 스피디한 스타카토로 바뀌었다.

"현.저.히!. 연기를 감히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아는 만큼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이해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겠죠.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님을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게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많이 도움이 돼죠."

- 인기 관리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동료 남자 배우들에게도 결혼을 권유하는 편인가요?

"시간이나 여유가 있으면 생각해 보라고 하죠. 이제 배우가 결혼 때문에 부담을 느껴야 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배우는 배우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이 사람이 기혼이냐 미혼이냐가 중요하지 않고요. 결혼했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인기도 많은 배우가 얼마나 많아요."

▶ 장혁에게 초심이란?

영화 '댄스 오브 더 드래곤'(2007년)에서 볼룸 댄서 역할을 맡아 춤실력을 보여준 장혁.
영화 '댄스 오브 더 드래곤'(2007년)에서 볼룸 댄서 역할을 맡아 춤실력을 보여준 장혁.

- 브루스 리가 창시한 절권도는 계속 연마하시나요? 브루스 리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게 된 것이 절권도 뿐 아니라 춤 실력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브루스 리는 홍콩 차차차 댄스선수권에서 우승을 하기까지도 했죠. 춤과 무술은 유사성이 있어요. 자기 몸을 어떻게 밸런스 있게 움직이는지가 관건이죠. 무술에 타격이 있다면 춤에는 표현이 있죠. 연기는 대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무술이나 춤이나 연기에 도움이 되겠죠."

- 그럼 춤을 더 연마하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지요.

"춤을 잘 추지는 못해요. 영화 '댄스 오브 더 드래곤'에서 볼룸 댄서 역할을 맡아 파소도블레를 3개월 동안 배웠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 첫 드라마 '모델'에서 바스트샷이 풀샷으로 바뀌자 너무 기뻐서 혼자 화장실에 가 환호성을 질렀다'는 인터뷰를 본적이 있어요. 장혁 씨의 연기 선생님이었던 안혁모 iHQ 연기아카데미 본부장은 장혁 씨의 데뷔 초기 모습을 두고 '거북이 같아 답답하지만 365일 영업하는 마트처럼 지치지 않고 한결 같았다'고 표현했고요.

"다행이 제 초심과 현재 마인드가 아직은 연결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제일 무서운게요, 배우라는 위치에 있다보면 프로그램 프로모션을 가나 어딜 가나 좋은 대접을 받거든요. 하지만 지금 제 포지션이나 인기가 없어지고 나면 다 제 것이 아닌 것들이죠. 그런데 빠지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해요."

그는 '추노'로 인한 인기, 그로 인한 호평에 대해서도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특정 캐릭터로 지나치게 많이 회자 되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불편한 듯했다.

"추노란 작품은 정말 좋지만 계속 그 인기에 편승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계속 '0점 조절'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죠. 작품을 하다보면 잘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을텐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특정 작품으로 인해 감정이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죠."



▲동영상=추노 장혁 인터뷰

- 연기나 연기 생활에 롤모델이 있으신지요.

"건방진 얘기일 수 있겠지만 롤모델은 없어요. 너무 많기 때문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는 이것 때문에 좋고 또 어떤 배우는 저것 때문에 좋고…. 초중고등학교 정규 교육을 마치고 나면 자기만의 가치관이 생기는 게 아니라 개성이 없어지잖아요. 이 세상에 교과서적으로 보이는 비슷비슷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그 사람들 가운데 좋은 부분만 응집시켜 저 자신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듣던 대로 시종일관 진지하던 장혁은 지루하기보단 프로패셔널했다. '비주얼'만으로 승부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의 주먹만큼이나 단단한 내공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내년 각오를 묻는 질문에 "올해처럼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있겠나"는 워커홀릭적 코멘트를 날린 그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제동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러 간다고 했다.

"그 형이야 말로 정말 못 말리게 진지한데, 저는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죠."

인터뷰 내내 너무 진지했던 게 멋쩍었던지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곤 다시 날렵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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