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은 서울패션위크 최연소 모델, 아이돌 그룹 준비생이란 이력을 거쳐 배우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제공= 웰메이드 스타엠
아시아를 주름잡는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 분)에게 무뚝뚝한 표정으로 "바빠, 꺼져"라고 독설을 내뱉는 무명가수. 가진 거라곤 자존심밖에 없는 그가 뜨고 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 한 회에 얼굴 비치는 분량은 3~4분에 불과하지만 누리꾼들에게 '미친 존재감'으로 불리며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흰 얼굴의 청년. 누리꾼들은 드라마 게시판을 통해 이 같은 질문을 제일 많이 던졌다.
"썬이란 역할로 나오는 저 배우, 이름은 뭔가요?"
▶"안녕하세요. 신인배우 이종석입니다."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천재 음악가 썬 역을 맡아 오스카와 티격태격하며 '애정'을 키워가는 모습으로 큰 주목을 받는 신인배우 이종석(22). 2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그는 큰 키와 흰 얼굴로 꾸벅 인사부터 했다.
아직은 이런 자리가 다소 낯설다는 그에게 '요즘 높아진 인기는 실감하느냐'고 인사 대신 묻자 "처음엔 아무도 못 알아봤는데 요즘엔 길에서 조금씩 알아본다"며 웃었다. 극중에선 무표정하게 까칠한 대사만 던지는 '썬'이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아직 수줍음 많은 청년 그자체다.
"길에서 알아본 팬들이 싸인해달라고 하시는데, 제가 아직 싸인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신용카드 결제할 때 쓰던 싸인을 해드리고 있어요(웃음)." 실제 성격도 극중 썬의 모습과 비슷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 연기하기에 더 좋겠지만 실제로는 180도 달라요. 극중에선 무표정하고 까칠하지만 실제로는 잘 웃고 장난도 많이 치거든요."
사실 이종석이 맡은 썬 역할 후보로는 여러 아이돌 가수가 물망에 올랐다는 후문. 신인으로 이 자리를 맡은 그에게 부담이 크게 됐을 터다. "처음 촬영장에 갔는데 스태프 분들이 '너 여러 아이돌 제치고 그 역할 맡은 거야'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많이 떨리기도 하고 부담도 됐지만 지금은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예요. 이제 부담도 많이 덜었구요."
사진제공= 웰메이드 스타엠
▶ "극중 노래하는 모습은 립싱크였어요."
이종석은 극중 천재 음악가란 캐릭터로 호소력 짙은 가창력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그냥 가수도 아니고 '천재 음악가'란 역할은 촬영 초반 그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했다.
"처음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짧은 동안 노래 레슨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러다가 가수로 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러나 맡은 역할이 '천재 뮤지션'이다보니 결국 감독님과 상의한 끝에 '렌'이란 신인가수가 부른 것으로 대체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제가 평소에 노래를 정말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웃음)."
'드라마에서 볼 때는 립싱크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고 말을 건네자 밝은 웃음이 돌아왔다. "립싱크하는 것이 쉬워 보여도 은근히 더 신경 쓰이더라구요. 녹음된 노래에 맞춰서 부르려면 입 모양과 호흡까지 똑같게 해야 하거든요. 직접 부르고 싶었지만 아쉽게 됐죠." ▶"오스카와 동성애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스카와의 동성애 코드에 대해 묻자 본인도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오스카와) 동성애로 잘되는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어서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5회에서 제가 오스카에게 커밍아웃 아닌 커밍아웃을 하고 뭔가 발전되는 것이 있을까 했는데 아직 그런 내용은 없거든요. 다만 썬은 계속 오스카를 걱정해주는 입장에 있다 보니 관계가 갑자기 발전될지도 모르죠."
'오스카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윤상현은 최근 있었던 '시크릿가든' 현장 공개에서 기자들에게 '썬과의 러브라인이 두렵다'고 말한 바 있다) 전하자 그는 "자신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되든 썬과 오스카가 모두 행복한 해피엔딩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배인 윤상현과는 첫 촬영부터 독설을 내뱉어야 했던 역이라 많이 긴장 됐다는 그는 "처음엔 촬영장 구석에 혼자 앉아 있곤 했는데 윤 선배님이 먼저 와서 장난도 치고 했다"며 "바싹 긴장한 나에게 '더 싸가지 없게 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하고 '이번 분위기 좋았어'라며 긴장을 풀어줬다고. 그는 "윤 선배는 실제 성격이 오스카랑 100% 똑같다"며 "정말 잘 맞는 캐릭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카와 썬의 다정한 모습은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을 '썬스카 커플'이란 별명으로 불렀다. 사진제공= 웰메이드 스타엠
▶"모델보단 연기자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종석은 신인배우 외에 서울패션워크 최연소 모델이라는 화려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겨우 16살 나이에 런웨이에 올라 모델로 활약했던 것. 그러나 그가 품었던 진짜 꿈은 연기자였다.
"처음에 연기자를 시켜준다는 기획사를 들어갔는데 모델 경력이 나중에 연기자로 크는데 도움이 된다며 모델을 먼저 시키더라구요. 그래서 모델로 활동하다가 다른 회사로 가서 아이돌 가수 준비도 6개월 정도 했어요. 원래 하고 싶던 일도 아니었고, 먼저 연습을 해오던 멤버들 사이에 제가 추가로 들어간 거라서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지금의 회사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연기자 준비에 나서게 됐죠."
이후 이종석은 3년 동안 기약 없는 연습생 활동에 돌입했다. "계속 오디션에 떨어지고 하면서 '이 길이 내게 맞는 것인가'하는 고민에 방황을 많이 했어요. '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저렇게 방송에 나와서 활약하고 있는데 난 뭐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 또래의 어떤 친구가 방송에 나오면 '저 친구는 몇 살 때 데뷔해서 저렇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에 괴롭고 했죠."
그는 '난 뭘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래도 난 남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 아직 어리니 괜찮을 것'이란 생각으로 하루하루 희망을 삼았다고 한다.
올해 초 방송됐던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로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나 20대 후반의 수사관 역할은 그에게 아쉬움만을 남겼다. "검찰 수사관이란 딱딱한 모습 때문에 무엇엔가에 갇혀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작품이죠."
사진제공= 웰메이드 스타엠
▶"규정되지 않는 폭넓은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그 아쉬움을 이종석은 '시크릿 가든'이란 작품을 통해 모두 털어냈다.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았던 썬이란 캐릭터의 유연한 부분이 되레 그에게 장점이 됐던 것. "처음 역할을 맡으면서도 썬이란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어요. 때문에 캐릭터를 혼자 연구하며 썬이 왜 이런 성격과 환경을 가지게 됐을까 상상해보곤 했어요. 지금의 썬은 어떻게 보면 제가 연기하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죠."
이종석은 최근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스케줄이 없을 때에는 개인 레슨도 받고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하는 단체 연습에도 참가해 꿈을 키우고 있다고.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한 캐릭터에 규정되지 않은 폭 넓은 연기자로 남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습생으로 오랫동안 지내며 얻은 교훈이 목표를 너무 멀리 잡으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멀리 보지 않고 가까이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려구요. 그러다 보면 더 큰 모습으로 멀리 가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으며 말하는 이종석. 이제 '배우'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그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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