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존을 향해]대한민국 공존 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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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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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점… 지도층 부도덕이 가장 큰 저해요인 “현재 믿고 따를만한 리더 없다” 59.1%

회사원 최모 씨(38·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사회 초년병 시절 독일 출장길에서 경험한 ‘작은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독일 출장은 그의 첫 해외여행. 그에게 프랑크푸르트 레스토랑들의 내부 풍경은 생소했다.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한국에서와 같이 종업원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도 손님과 종업원, 갑과 을이 아닌 서로 각자 일을 하는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맞았다. 최 씨는 “한국에서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 왠지 자신의 신분이 낮다고 생각하고, 주문하는 입장에서는 근거 없이 태도가 당당해지고 때로는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게 사실 아니냐”며 “사소한 단면이지만 서로가 예의를 갖추며 존중하고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에 당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가 함께 어울리며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

○ “대한민국 공존점수 51점”

공존이 가능하고 공정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상적인 공존 공정 사회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본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우리 사회 공존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이 느끼는 공존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99점. ‘원리와 원칙이 살아 있고 부정이 없는 공정사회’ 점수는 100점 만점에 48.95점이었다.

우리 사회의 공존, 공정 점수에 대해 거의 대부분이 비슷한 점수를 줬지만 연령별, 계층별, 지역별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공존 점수에서 40대가 부여한 점수가 평균 47.55점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50대 이상은 53.77점, 30대는 51.06점, 20대는 50.66점을 준 데 반해 4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3∼6점 낮게 줘 40대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상대적 박탈감이 큰 세대’라는 점을 시사했다.

반면 40대는 공정사회 점수에서는 50대 이상(51.04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48.86점을 줬다. 가장 낮은 공정사회 점수를 준 연령대는 30대(46.96점)로 20대(47.68점)보다 낮은 점수를 줘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가장 회의적인 세대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0대는 아직 현실을 모르고, 40대는 순응하고 있지만 30대는 순응도 못하고, 포기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여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 30대가 공정에 대해 가장 회의적

공정사회에 대한 인식은 연령대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50점을 넘는 경우가 드물어 현 정부가 제시한 화두인 ‘공정사회 실현’에 대한 국민들의 현재 평가가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별 공존, 공정 점수는 공통적으로 자영업에서 각각 46.43점과 45.95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공존 점수에서 화이트칼라는 높은 점수(52.22점)를 주고 블루칼라가 낮은 점수(46.91)를 준 데 반해 공정 점수에서는 블루칼라가 51.14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화이트칼라는 48.95점으로 낮은 점수를 주었다.

○ “지도층의 부도덕이 공존 저해”

우리 사회의 공존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응답자의 5명 중 2명 이상(40.7%)이 ‘지도층의 부도덕’을 꼽았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믿고 따를 만한 리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59.1%가 ‘없다’고 답했다. 빈부격차나 지역감정 등 계층 간 갈등보다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 추락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는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존 저해요인의 2위는 ‘부의 편중과 세습, 빈부격차’(28.3)였고 ‘교육 복지제도의 불합리·불평등’(12.2%), ‘지역 편중’(11.3%)이 뒤를 이었다.

믿고 따를 만한 지도자가 없는 이유에 대해 대다수 응답자(42%)는 ‘인격적으로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 아니어서’를 꼽았으며 ‘지도층 자리에 있으면서 비리를 저질러서’(26%), ‘부정한 방법으로 지도층 지위에 올라서’(12.6%) 등의 응답도 많았다. 또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아서’도 3.6%를 차지하는 등 국민들은 지도자의 능력이나 성과 못지않게 인격이나 도덕성, 그리고 사회 지도층의 책임(노블레스 오블리주)을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계층별로 볼 때, ‘지도층의 부도덕’을 지적한 응답은 30대 연령층, 화이트칼라, 대학 재학 이상 학력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의 편중과 세습’을 꼽은 계층은 20대 이하와 4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사회 계층에 따른 차별 여전”

‘본인이 속한다고 생각하는 계층 이외의 다른 계층을 무시하거나 무시당한 경험’에 대해 응답자들의 42.5%가 ‘그렇다’고 답해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직업이나 소득, 직장, 학력 등에 따른 차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별을 경험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소득 수준’(26%)과 ‘사회적 갑·을 관계’(24.6%), ‘학력이나 학벌의 격차’(23.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서비스업종의 종사 및 이용자 관계’(10.3%), ‘공무원과 사업자 간 관계’(8.7%), ‘교사와 학부모 관계’(3.1%)도 적지 않아 사회 전반적으로 공존을 저해하는 ‘귀천(貴賤) 의식’ 타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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