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조벡]“수백 벌이라도 공짜로…” 브래드 피트를 향한 명품 브랜드들의 구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12시 07분


톰 포드의 선글래스를 쓴 브래드 피트. 최근에는 캐주얼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피트는 파파라치컷에서 조차 패션 화보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사진 제공 조벡.
톰 포드의 선글래스를 쓴 브래드 피트. 최근에는 캐주얼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피트는 파파라치컷에서 조차 패션 화보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사진 제공 조벡.
당신에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 배우를 묻는다면 누가 먼저 떠오를까. 취향에 따라 특정 배우들의 이미지가 하나 둘 떠오를 테지만 많은 이들이 현존하는 배우 가운데서는 브래드 피트(48)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수 년 전 불혹의 나이를 넘겨 버린 그지만 아직도 그에게서 '섹시'라는 수식어를 떼놓을 수 없다. 미국의 대표 연예주간지 피플이 매년 발표하는 '할리우드 최고 섹시배우' 순위에서 지난 수년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참고로 피플이 선정하는 '할리우드 최고 섹시여배우' 순위에서는 피트와 연인인 앤젤리나 졸리가 수년간 최상위권을 줄곧 지키고 있다.)

▶외모와 실력 모두 '톱'급인 진정한 스타

하지만 피트를 그저 외모가 수려한 배우로만 치부한다면 그는 조금 억울해할지 모른다. 데뷔 이래 그가 선택해 온 작품이나 배우로서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는 외모만을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형 배우, 잘 다져진 몸매를 앞세운 액션 블록버스터형 배우와는 분명 차별화되는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피트는 최근작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릴 만큼 이 감독의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신인 시절 테리 길리엄 감독은 그를 두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천재'라고 칭송했고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역시 그의 연기 열정에 감탄한 바 있다. 실력파 감독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할 만큼 피트가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피트의 신작이 바로 많은 영화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라는 것만 봐도 훌륭한 감독들이 그를 배우로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느낄 수 있다.

물론 그가 연기력 보다 다른 면에서 세상의 주목을 받아 온 것은 스스로가 자처한 면이 적지 않다. 데뷔 이래 최근까지도 이어진 수많은 스캔들, 그것도 정상급 여배우들과의 추문은 그를 영화 관련 매체에서보다 가십 전문지, TV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만나게 했다.

그가 배우로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됐던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다. 수전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이 로드 무비에서 그는 도주 중인 데이비스와 하룻밤을 보내는 불량스런 청년 역할로 겨우 10분간 출연했다.

페미니즘적인 이 영화는 독특한 주제 의식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대중의 시선을 끈 것은 10분 출연만으로도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 피트였다. 그만큼 빼어난 외모와 몸매를 가진 그였기에 팬들 뿐 아니라 패션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명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의 뮤즈
톰 포드 슈트를 입은 브래드 피트와 아르마니 프리베 드레스를 입은 앤젤리나 졸리.
'브란젤리나' 커플은 서로 간 시너지 효과 때문에 명품 브랜드들의 공략 대상이다. 사진제공 조벡.
톰 포드 슈트를 입은 브래드 피트와 아르마니 프리베 드레스를 입은 앤젤리나 졸리. '브란젤리나' 커플은 서로 간 시너지 효과 때문에 명품 브랜드들의 공략 대상이다. 사진제공 조벡.


남성 패션계는 외모는 물론 연기력까지 갖춰 완벽한 스타로 떠오른 피트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다. 특히 각종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위해 유명 남성 브랜드들의 집중 구애가 시작됐다.

할리우드 여배우를 둘러싼 브랜드들의 치열한 경쟁과는 비교할 바 못되지만 몇몇 남자 배우들에게도 파격적인 제안이 주어지곤 한다. 특히 피트는 남자 배우에 대한 각 브랜드의 마케팅이 본격화되는 단초를 제공한 배우로 유명하다.

그 첫 포문을 연 디자이너 브랜드가 바로 '조르지오 아르마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성공한 남자라면 반드시 '입어 줘야'할 것으로 생각했던 아르마니 슈트는 남자의 자존심으로까지 일컬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사이, 많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경쟁 브랜드들의 선전으로 명품 슈트 시장은 그야 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아르마니 슈트'의 이전 명성이 다소 위축되던 그 즈음, 아르마니에게 피트는 '올인'할 가치가 있는 뮤즈가 된 것이다.

절친한 디자이너 톰 포드(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브래드 피트. 사진 제공 조벡.
절친한 디자이너 톰 포드(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브래드 피트. 사진 제공 조벡.
디자이너 조지오 아르마니는 이전 할리우드 파티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피트를 자신의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의 맨 앞줄에 초대하고 싶어 했다. 퍼스트 클래스 왕복 티켓과 최고급 호텔의 숙박권을 보내는 등 최고의 호의를 베풀었고, 그런 그의 노력은 그와 피트간의 각별한 우정으로 발전됐다.

이후 피트는 그 후 몇 년간 각종 시상식의 레드카펫에서는 물론이고 공식행사에서도 아르마니 슈트를 선보이면서 사그라드는 불씨 같던 아르마니 슈트의 인기에 다시금 불을 지펴주었다.

아르마니 슈트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다른 남성복 브랜드들에게 질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피트를 향한 브랜드 간 경쟁도 심화됐다.

또 다른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도 그 중 하나였다. 피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세븐'에 동반 출연해 피트와 연인 관계로까지 발전한 귀네스 팰트로는 당시 구찌의 디자이너였던 미국인 디자이너 톰 포드와 친했다. 팰트로를 통해 피트도 포드와 친하게 지내게 됐고 이후 포드가 구찌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단 남성복 브랜드를 론칭했을때 기꺼이 그의 슈트를 입고 레드 카펫 위에 올랐다. 디자이너 포드는 피트를 이렇게 극찬했다.

"브래드 피트는 저희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점에 있습니다. 그가 발현하는 남성상은 단순히 그의 유명세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외모와 인격에서 흘러나온 풍미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함이 그의 매력이죠."

특히 포드는 피트를 위해 매 시즌 7~8벌의 슈트를 제작해 협찬해 주었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는 같은 디자인과 같은 컬러로 만들어진 똑같은 옷들이다. 피트가 영화에 출연할 때 이 옷을 입을 경우 촬영하면서 때가 묻거나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007시리즈 최신작부터 제임스 본드의 슈트를 담당하고 있기도 한 포드는 본드 역할을 맡은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를 위해 매 장면마다 그가 착용할 슈트를 각각 최대 8벌씩이나 준비해주기도 했다. 스타 마케팅을 위한 정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애 아빠', 유부남에게도 구애가 이어지는 이유
일본의 청바지 브랜드 \'에드윈\'의 모델로 오랫동안 활약한 브래드 피트. 사진 제공 조벡.
일본의 청바지 브랜드 \'에드윈\'의 모델로 오랫동안 활약한 브래드 피트. 사진 제공 조벡.


슈트를 만드는 남성복 브랜드들만 피트를 모델이자 브랜드 홍보 대사로 탐냈던 것이 아니다. 아르마니만큼이나 발 빠르게 그를 자사 브랜드 모델로 섭외한 곳은 일본의 유명 청바지 브랜드 '에드윈(Edwin)'이었다.

브래드 피트는 오랫동안 에드윈 청바지의 503타입 모델로 활약해 왔다. 일본 브랜드에서 그를 모델로 쉽게 영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캠페인을 담당할 포토그래퍼로 피트의 '절친' 스티븐 클라인을 섭외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포토그래퍼 클라인의 영상작품에도 피트가 출연했으며, 졸리와의 교제를 공식화한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선 것도 스티븐 클라인이 촬영한 패션지 W의 화보를 통해서였다).

최근에는 공식 석상에서보다 '아빠'로서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는 피트이다 보니 슈트 차림 보다 캐주얼한 옷을 입은 모습이 더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들어 캐주얼 의류는 '살바토레 페라가모'로부터 협찬 받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대가족을 이끄는 '애 아빠' 피트를 향한 브랜드들의 구애는 식을 줄 모른다.

이는 피트가 '그냥 애 아빠' '그냥 유부남' 이 아닌 '졸리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브란젤리나' 커플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눈치 빠른 브랜드들이 간과할리 없다.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파파라치 사진 속에서도, 또 레드 카펫과 스크린 안에서도 늘 수려한 외모의 스타일을 구현해 온 피트.

그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패션 화보다.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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