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출신 가족과 출신 국가에 따라 사회적·국가적 정체성 교육을 받았다면, 이제는 반드시 감성적이며 지적인 글로벌 정체성을 개발해야 한다. (…) 글로벌 시대의 인류는 날마다 각자의 개별적인 발전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정체성을 개발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열린 세계 사회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능력과 사고방식, 인지방식, 행동방식을 재조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페터 슈피겔의 주장은 ‘휴머노믹스’라는 책의 제목에 함축되어 있다. 국가의 성장을 위해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개개인을 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문제는 쉽게 극복되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불리는 날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슈피겔은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변화의 열쇠는 ‘개인’이다. 저자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설파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책임감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 능력이 건강하고 유복한 사회발전이나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최고의 삶을 추진하게 한다는 믿음을 가리킨다. 개인은 누구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사회가 개인으로 하여금 풍부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삶의 경영인으로 인정받게 하며 이러한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성숙을 위해 개인이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다음과 같다. 가능한 한 평생토록 자립적인 ‘학습경영인’이라는 의미에서 성숙해져야 한다. 인류공동의 비전 속에서 각 개인의 책임감 있는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오늘날의 지식과 능력을 독립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성숙해져야 한다. 저자는 오늘날 모든 사회 형성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이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의 기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최고 잠재력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가장 독립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경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경영인이라는 개념은 경제적인 활동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회의 한 일부로서 책임감 있게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인간을 수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하는 경제학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 지속가능한 부를 가져다 주리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 한 예다.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는 자선사업이 아니라 대출사업을 했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심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출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상환 플랜이었다. 돈을 빌린 사람들은 빌린 돈에 이자까지 상환 플랜대로 갚았다. 그리고 자기만의 건전한 수입처를 찾았다. 빈곤층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게 보였던 이 대출사업은 거꾸로 빈곤층이 빈곤에서 탈피하게 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저자는 ‘삶의 경영인’ 사회라는 것이 인류 전체의 성숙이라는 요구에 상응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인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교육을 통해 성숙해진 인간들은 이렇게 개방된 세계 속에서 삶의 경영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경제와 경영의 사회적 가치가 단순 수리작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이를 깨닫고 학습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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