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브로커’ 유모 씨(64·구속기소)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은 재임 시절 경찰 비리 척결을 앞장서 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용산 참사’ 직후 경찰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전격 기용된 강 전 청장은 그해 3월 취임사에서 “공권력 확립을 위한 기본 전제는 우리 스스로 책잡힐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위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사 비리에 대해서도 “인사 청탁이야말로 조직을 멍들게 하는 해악”이라며 “경찰의 자존과 화합을 저해하는 청탁에 대해선 분명하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7월 유흥업소 30여 곳에서 매달 수백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경찰관 15명을 파면하는 등 21명을 중징계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도 강남지역 유흥업소의 뒤를 봐준 경찰관 33명을 징계했다. 경찰비리 근절을 위해 전담수사팀을 설치하는 등 2009년에만 파면 해임 등의 징계로 경찰관 224명의 옷을 벗겼다. 이길범 전 해경청장도 재임 시절 “지연 혈연 학연 등을 모두 버리고 성과와 능력으로만 직원들을 평가할 것”이라며 공정한 인사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강 전 청장이 집무실에서 수천만 원의 취임 축하금을 받는 등 금품 수수, 인사 청탁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일선 경찰관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충격적이다” “청렴을 외친 사람들이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아랫사람들에게는 결벽증에 가깝도록 청렴을 요구하더니 정작 자신은 뒤늦게 후배들에게 이게 무슨 민폐냐”며 “요즘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우리에게는 업소 출입도 못하게 하면서 자기는 집무실에서 업자에게 돈을 받았다니 사실이라면 솔직히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 경찰관은 “경찰 비리를 잡기 위해선 일선 경찰관들만 단속할 게 아니라 먼저 윗선 간부들의 스폰서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경 소속 경찰관도 “(금품 수수는) 전혀 예상 못한 일이라 믿어지지 않는다”며 “해경청장을 한 사람이 뒤로 돌아서서는 업자들에게서 돈을 받았다니 충격”이라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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