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위험관리 체계가 결함이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리스크 분담을 약자에게서 강자로 이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이동시키는 문제도 그중 하나다. 초국적인 파산을 해결하는 현 시스템은 21세기의 세계화를 다루는 데 전혀 적합하지 않다.” - 최병서 (동덕여대 문화 경제학과 교수) 추천》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자 유엔총회 의장이 국제회의를 소집했다. 세계적 석학 20여 명을 불러 모은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였다. 위원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맡았다. 이들은 당시 경제위기가 미치는 여파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뒤 2009년 말 ‘스티글리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책은 그 보고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면서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력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은 우선 세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주체적인 국제기구는 주요 20개국(G20)이 아니라 유엔이라고 주장한다. 20개국은 전 세계의 지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계 경제 위기를 논하는 데는 최대한 많은 나라의 의견이 반영된 유엔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스티글리츠 보고서의 기조를 형성한다.
이 같은 전제 아래 보고서는 글로벌한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더 민주적이고 더 공정하며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모색한다. 금융, 통화, 국제기구, 경제체제,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등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 에너지, 식량 문제까지 세세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쩔 수 없는 재해로 규정돼서는 안 되며, 분명 인재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못된 이념, 이론적 전제, 그에 따른 정책적 실패, 제도적 장치의 결점, 규제 실패 등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실패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기의 극복은 단순히 금융이나 경제지표의 호전이 아니라 체제 전체에 대한 개혁으로 가능하다고 힘주어 주장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어 세계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가장 급선무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선 세계 경제라는 용어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금융위기를 글로벌 위기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대응 역시 전 세계적 관점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 분야가 낮은 거래비용으로 자본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체계적으로 실패했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각국 정부는 시장근본주의에 미혹되어 경제이론과 역사적 경험이 주는 교훈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교훈은 결국 시장경제에 대한 적절한 규제여야 한다는 말이다.
혁신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금융시장은 스스로의 혁신성에 대해서 자화자찬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금융시장은 더 지속가능한 성장과 더 높은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혁신을 한 것이 아니었다. 형식적인 혁신으로 불평등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세계 경제와 복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개혁해야 한다는 점도 뼈아픈 지적이다. 신자유주의, 시장근본주의 속에서 쉼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많은 반성을 요하는 대목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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