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애리조나 주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한 연설에 미국 언론이 내린 평가다. 정확히 말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 말미에 복받치는 슬픔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감정을 추스르느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순간이 준 극적인 감동에 대한 찬사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대중연설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모연설에서 보여준 이례적인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총기난사 때 숨진 크리스티나 테일러 그린 양(9)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꿈꾸던 것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어린이들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이어 10초 뒤 떨리는 눈으로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20초 뒤 길게 숨을 내쉬었고 30초 뒤엔 애써 눈물을 참는 듯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51초간 힘겨운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NYT는 이 침묵을 두고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두 딸의 아버지로서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었다”며 “연설에서 두 딸 말리아와 사샤를 분명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침묵의 순간 두 딸은 그의 마음속에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로 정책에 초점을 둔 연설을 했으나 이날만은 전 국민과 하나 된 마음을 나눴다”며 “2년의 재임 기간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날 추모연설은) 2년 전 취임 뒤 이룩한 가장 엄청난 정치적 도약”이라며 “평소 오바마 대통령을 사납게 몰아붙이던 보수주의 정치 평론가들조차도 ‘진실로 아름다운’ ‘정말로 놀라운’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찬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NYT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폭스뉴스 진행자 글렌 벡조차 ‘이번 연설은 그가 취임 이후 보여준 최고의 연설이었다. 진심이다.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지난해 말부터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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