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강국이 앓고 있다]선진국들, 보편적 복지서 선별 복지로 개혁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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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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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약속, 쓰디쓴 대가… 복지 강국들이 앓고 있다

“어르신들은 자리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전화로 수다 떨다가 50세에 은퇴해서 후한 연금을 받는데, 우리는 70세까지 일하게 될 거 같네요.”

지난해 5월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에 소개된 그리스 청년 아리스 이오르다니디스 씨(25)의 말이다. 이 기사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진을 가르치는 알도 치말리아 씨(52)가 연금 재원을 걱정하면서 “나도 그렇고 이 나라에도 미래가 없다”며 좌절하는 사연이 함께 실렸다.

○ “나도, 이 나라도 미래가 없다”

유럽과 일본 등 복지 강국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그러들고 연금과 건강보험 제도에서 시장원리가 강조되거나 수혜 폭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모든 학생의 무상급식, 전 국민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내세우는 한국 진보 진영의 요구와는 반대다.

복지 강국이 방향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수혜자 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경제 성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단순히 퇴직연금 부담만 커지지 않는다. 건강보험 지출도 많이 늘어난다.

복지 제도는 확대하기는 쉽지만 축소할 때에는 엄청난 반발이 따른다. 지난해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높이고 연금 전액 수령 시점을 65세에서 67세로 늦췄다가 대규모 파업으로 국가가 큰 혼란에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반발이 두려워 개혁을 미룬 그리스 스페인 등은 지난해 재정위기에 빠지며 유로경제권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국가’가 됐다. 남유럽 국가 위기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였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 규모가 급작스럽게 커진 복지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허약해진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독일 스웨덴 등 수십 년 뒤를 내다보고 복지 개혁을 서두른 나라에서도 개혁 작업이 국내 정치에 엄청난 논란을 몰고 왔다. 이 작업을 주도한 정권은 대부분 인기가 떨어져 재집권에 실패했다.

○ “적게 내고 많이 받을 순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남유럽 재정위기로 본 유럽 모델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복지지출 비중과 국민부담률을 분석해 독일 스웨덴 등을 고복지-고부담 국가로, 그리스 스페인을 고복지-저부담 국가로 분류했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나라의 경제는 지속가능하지만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나라의 살림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는 상식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정도. 저복지-저부담 국가로 꼽히며 재정도 건전하다. 그러나 복지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보다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의 주요 정치인이 복지 이슈 선점에 나선 이때, 유권자는 냉정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 표를 계산하면 유권자는 나라와 자기 가정의 살림을 계산해야 한다.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 것인가. 지속가능한 복지를 향해 진통을 거듭하는 각국의 현장을 살펴본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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