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진행자인 정관용 한림대 교수, 한수진 SBS 앵커와 불과 2m 거리를 두고 마주앉아 90분 동안 30여 개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로 ‘짜고 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질문서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질문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은 방송 직전인 이날 아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모도 “이 대통령이 ‘질문에 관여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청년실업에 대한 질문은 청와대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누리꾼 질문에서 따왔다.
좌담회는 이 대통령이 “내일(2일) 하루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 행사에 간다. 귀한 건데 모처럼 보러 가려 한다”고 설 연휴 계획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초 좌담회가 ‘소프트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까다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정 교수는 “까칠하게 굴어 죄송하다”며 첫 질문부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문제를 꺼냈다. 한 앵커도 곧바로 “(이 대통령이) 레임덕을 거론한 신문만 봐도 싫어서 밀친다는 말도 있다”고 거들었다. “인사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대통령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와 기준이 조금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대통령도 거침없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그는 ‘개헌을 공론화하는 시점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정 교수와 생각을 달리한다”며 적극 반박했다. 하지만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석유 가격에 관심을 표시한 탓에 정유사들이 전전긍긍한다는 말이 나오자 “(실제로) 전전긍긍하는지, 전전긍긍하는 척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나도 기업 (경영자로 일)해봤잖느냐”고 은근히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건강 상태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그분이 없었으면 그런 (진압) 작전을 못 썼을 것이다. 최영함이 작전에 올 수 있도록 연락해 주는 등 이분의 기여가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 정상들과 만나면서 겪은 일화를 여러 차례 소개하며 자신의 의견을 폈다. 복지정책과 관련해 “스웨덴 총리에게 복지를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오히려 ‘우리 복지(제도)를 따라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또 ‘이 대통령의 기업가(CEO) 리더십이 너무 기능적으로 치우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국 정상들이 금리, 중소기업 정책을 놓고 실무적으로 따진다. 내가 장관급 회의에 온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이 변했지만 안 변한 곳이 몇 군데 있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정치인들 중에 심지어 ‘대통령(정권) 죽이자’ 그런 말도 하더라. 나는 그걸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막말을 하는 그런 분야도 있고 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안 변한 데가 또 어디냐는 물음에는 “나부터…”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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