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케이팝 인더스트리 ⑨ 프로듀서 방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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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19시 02분


코멘트

"아시아에서라면 케이팝은 제이팝을 이길 자신 있다"

●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것은 케이팝, 방시혁 스타일 뛰어 넘겠다
● "케이팝 아이돌만큼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가수는 없다"


손대는 가수마다 스타로 키워내 \'미다스 작곡가\'로 톨해온 방시혁은 최근 프로듀서 이미지를 벗도 제작자로 거듭나고 있다. 스포츠동아 조영수
손대는 가수마다 스타로 키워내 \'미다스 작곡가\'로 톨해온 방시혁은 최근 프로듀서 이미지를 벗도 제작자로 거듭나고 있다. 스포츠동아 조영수
지난 연말 홍콩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기자를 향해 "2AM이 너무 좋아 최근엔 계속 듣고 있다"며 "이렇게 좋은 케이팝 발라드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발매된 2AM 1집에 수록된 '미친듯이' '죽어도 못 보내'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대도시 주요 차트 1위를 석권한 것이다.

'발라드'를 앞세운 2AM의 인기는 국내 가요 관계자들에게도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간 아시아 케이팝 열풍은 '댄스팝을 즐기는 10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경쟁적으로 걸그룹과 보이그룹들이 만들어져 엇비슷한 느낌의 댄스 팝들을 무분별하게 유통시켜온 이유이기도 하다.

2AM의 성공을 지휘한 제작자는 다름아닌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방시혁(39)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최근엔 MBC의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을 통해 '독설가' 이미지를 확립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특히 1997년부터 박진영 JYP대표와 함께 GOD와 비의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백지영 옴므 에이트 임정희 등의 애절한 노래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히트곡 제조기로의 입지도 공고히 했다.

케이팝의 새로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꼭 만나야 할 인물이었지만 일단 한창 '위대한 탄생'이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다. 매서울 겨울바람이 불던 1월 어느날 서초동 언덕배기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짧게 인터뷰할 수 있었다.

조금은 어수선한 사무실에는 "우리는 10년 안에 아시아를 제패한다"라는 문구가 2005년 회사 창립 시점을 기준으로 게시돼 있었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했다는 증거이자 만만치 않은 야심을 지닌 사내임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한때 "교수가 되려 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탄탄하고 꼼꼼한 논리로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프로듀서 출신의 엄정함이기도 했고 이제는 스스로를 프로듀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관리능력이기도 했다.

MBC 위대한 탄생 멘토 5인방. 이은미 방시혁 김태원 김윤아 신승훈 진행자 박혜진 아나운서. / 사진 제공 MBC
MBC 위대한 탄생 멘토 5인방. 이은미 방시혁 김태원 김윤아 신승훈 진행자 박혜진 아나운서. / 사진 제공 MBC

■한때 교수가 되려고 했던 엘리트 작곡가 출신

-우선 MBC '위대한 탄생'은 무엇보다 심사위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맞다. 심사위위원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멘토를 두고 생존경쟁을 벌이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심사위원의 역힐이 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방송 초기이다 보니 아직 참가자들에게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이 완전히 안된 시점이다. 그 전까지는 심사위원과 비슷한 심정으로 이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최근 오디션이 화두인데…혹시 슈퍼스타K도 보면서 참고했나?

"사실 TV를 거의 안본다. 원래 내가 하는 스타일대로 했다."

-'위대한 탄생'의 재미와 인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독설가로 화제를 모았는데…

"물론 저도 그 이유를 갖고 있긴 한데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말하기 두렵다. 제가 먼저 매를 맞은 이유도 대중들이 볼 때 저렇게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노골적으로 누군가의 약점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화가 나려고 한다' '그 습관 버려' '상업음악을 비판하기 전에 네 실력부터 닦고 나와라'…이런 표현들은 말로 공표하는 순간 듣기에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라고나 할까."

-물론 과거에 TV에서 독설이 크게 등장하지 않았다. '슈퍼스타K'에서 조금 등장해서 '위대한 탄생'은 짜릿짜릿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노래를 읽는 방법을 배우는 측면도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저는 잘 모르겠는데, 이승철 씨나 윤종신 씨보다 제가 더 세게 표현했나? 오디션 특성상 심사위원에게 욕을 했겠지만 출연자들이 가려지면서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하면서 시청률도 꾸준하게 오르리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본다고 해놓고 외모를 중시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사실 다수결이기 때문에 제가 독단적으로 뽑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가수이기에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곱상하다 밉다가 아니다. 음악을 표현하려면 스타일도 중요하고 정확하게는 '외관'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싱어송라이터와 외모와 스타일이 정말 중요하다. 어떤 가수도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한다. 히피 뮤지션이 락커처럼 옷 입지 않는다는 얘기를 꼭 해드리고 싶다."

■"한류의 인기 원인과 한국의 경쟁력은 동일"

-다시 케이팝으로 돌아가서 현재 아시아 시장이 뜨겁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저만해도 과거엔 한류가 음악에서 가능하다는 명제에 회의적이었다. 영화는 자막을 달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의 기본은 멜로디에 얹어서 정서를 전달가능해야 하는데 쉽지 않는 과정이다. 때문에 노래만은 로칼라이제이션이 맞다고 봤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재작년(2009)년부터 달궈져 지난해 1차 절정을 찍었을 정도로 뜨겁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 컨텐츠 생산 수준이 낮았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특히 케이팝에 대해선 '섹시하고 퍼포먼스가 멋지고 비주얼도 훌륭하다'는 찬사가 뒤따른다. 실제 제작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의 제조기술이 집약된 것이 한류 아이돌인데 이를 당장 따라잡을 능력을 가진 경쟁국가가 없다시피 하다."

-사무실에 와보니 벌써 6년 전부터 아시아를 제패한다는 화두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서 조금 놀랍기도 하다.

"제가 1997년 JYP 창립멤버로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필연적으로 글로벌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고 더 장기적으로는 해외 현지에서 그 나라 인재를 데리고 스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같은 상황은 조금 의외이기는 하다.

-일본의 대중문화, 즉 제이팝은 왜 퇴보했을까?

"신기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일본 아이돌들은 '코믹한 캐릭터'를 투구해왔다. 마치 어설픈 퍼포먼스가 자랑인 것처럼 미숙한 상태로 데뷔해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잘못된 전략을 택해왔다. 일본이 지나치게 로칼라이제이션이 됐기 때문에 순식간에 한국에 뒤쳐진 셈이다. 한국은 충분히 경쟁력이 높다. 특히 '음악'이라는 측면에서 글로벌한 흐름을 따라가면서 퍼포먼스와 비주얼적인 측면까지 만족할만한 아이돌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본다."

- 댄스팝만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2AM이 깼다. 그럼에도 여전히 댄스팝이 유효한 전략인가?

"사실 댄스팝이 아니면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 누구나 케이팝은 노래가 좋다가 아니라 퍼포먼스다 비주얼부터 언급한다. 2AM은 역시 앞서 댄스팝을 앞세운 아이돌들이 많았기 때문에 1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발라드는 애당초 글로벌이 힘들다. 케이팝이 강한 것은 댄스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댄스와 후크로 치장한 케이팝이란 비판도 없지 않다.

"사실 그것도 편견이다. 세상에 후크 없는 노래는 없다. 후크가 반복되는 것도 사실은 글로벌 환경에서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클럽 문화의 핵심은 후크의 반복을 통한 춤과 흥분이다. 그것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재해석 한 것이 케이팝이다. 이런 노력 없었으면 신 한류도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 "댄스팝은 현재 가장 글로벌한 형식…폄하할 필요 없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특히 관심을 가진 아시아 국가는 어디인가?

"대만과 싱가포르다."

-일본과 중국이 아니고?

"중국에서의 성공은 중국 본토 가수들도 힘들다. 워낙 나라가 크고 지역 색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보다는 대만에서 먼저 인기를 얻으면 한방에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중심 국가다. 가장 첨단 시장이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주목 받으면 동남아 전체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한류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이나 미국으로 확장 가능할까?

"사실 미국은 잘 모르겠다. 과연 그들이 황인종의 문화를 놓고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유럽은 조금 열린 것 같아 가능성을 본다. 쉽지 않은 과제이기는 하다."

-케이팝이 한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을까?

"글쎄. 단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통계는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의 충성도가 가장 높은 컨텐츠가 음악이라는 것. 그 다음 영화다. 간격도 크다. 그게 외국인들이 볼 때 대표 컨텐츠가? 제가 외국인도 아니고. 물론 제가 혜안을 갖고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음악시장을 중심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드라마가 잘되고 노래 팔려도 좋은 것"

-한류의 미래는 어떤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핫한 아이템이 바로 케이팝이이라고. 아시아 10대를 끓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대중음악이라는 사실이다. 거기에 나도 올인할 생각이다."

-케이팝이 발전하기 위해 시정해야 할 대목이 있다면 어떤 분야인가?

"불평 불만이 많다고 쉽게 고쳐지는 것은 없지만 이통사와 제작사간의 이익 배분 문제는 변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음악 산업종사자가 먹고 살 수 있다. 일단 우리는 무형 가치에 대해서 존중하는 태도가 너무나 부족하다. 여전히 콘서트를 초대장으로 가고 음반 판매량은 저조하다. 먹고살기 어려우면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 "후발주자는 '소녀시대'와 '동방신기'를 뛰어 넘어야"

- '작곡가 방시혁'은 오래전부터 국내 아이돌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왔다. 이유가 있나?

"저는 말을 하려면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아이돌들은 사실 역차별을 받아왔다. 누구도 아이돌의 음악성이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일종의 금기였다. 그런데 제 판단으로 동방신기나 빅뱅처럼, 전 세계 역사를 통털어서 그렇게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그룹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공을 인정해야 해야 만 한국 음악시장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워낙 작곡가 이미지가 강한데, 구체적인 비전이 있나?

"궁극적으로는 SM, YJ, JYP 보다 더 크고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2010년 이후의 목표는 '프로듀서'보다는 '빅히트'의 방시혁이 되고 싶다. 2AM이 제자 처음으로 우리 독자적인 힘으로 제작하고 매니지한 팀인데 마치 '작곡가'로 참여한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반드시 최고의 기획사가 되고 싶다."

-'방시혁' 브랜드는 댄스팝이나 아이돌로 기억나는 팀이 없는데…

"아직은 없는데 3년째 준비 중인 팀은 있다. 내년 상반기쯤에 '여자 2AM'이란 컨셉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노래 실력이 좋은 여성 아이돌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올해 데뷔시킬 생각이었지만 워낙 경쟁도 치열하고 수준도 높아서 1년을 연기했다. 남부끄럽지 않게 내보내고 싶다."

-댄스까지 겸비한 여성 아이돌…기대되지만 너무 많은 것 아닐까?

"맞다. 포화상태로 시장이 이들을 다 받아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치열한 경쟁으로 현재 한류 가수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후발주자는 이들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하루 이틀 준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 케이팝 시장에서 여자는 '소녀시대'를 이길 수 있고, 남자는 '동방신기' 이길 수 있을 때 데뷔하는 게 맞다고 본다."

-작곡가로서의 더 큰 비전은?

"일단 상품으로 음악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제가 추구했던 음악과 전혀 다른 스타일 하고 싶다. 자기 복제할 만큼 많이 만든 건 아니지만, 히트곡을 많이 냈기에 부담도 크다. 일단 대중이 방시혁 스타일을 알아챘다. 신선도를 잃으면 오래 못간다.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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