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시 ‘强대强’]회담결렬 원인 진실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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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성 장성급 대표 수용… 南이 변덕 부려”
南 “北, 현역아닌 차관급 요구하며 고집 피워”

북한이 10일 발표한 공보를 보면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의 모든 책임이 남한에 있는 듯하다. 수석대표의 격과 의제는 물론이고 회담 내용의 언론 공개 등을 두고 남측이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바람에 회담이 파국을 맞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방부 측은 “결렬 책임을 남측에 떠넘겨 여론을 분열하려는 사실 왜곡”이라며 북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남측이 ‘4성 장성’ 제안?


북측은 수석대표를 ‘4성 장성(대장)’으로 하자는 남측 제의를 수용해 인민무력부 부부장급으로 정하기로 하고 의견 접근을 봤는데 갑자기 남측이 변덕을 부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남측의 설명은 다르다. 처음부터 4성 장성급을 제안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인민무력부장’ 또는 ‘합참의장과 총참모장’의 회담 형식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북한이 지휘체계가 다르다며 차관급인 인민무력부 부부장이나 총참모부 부참모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주로 상장 직위가 맡는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고위급 인사로 볼 수 없고 현역이 아닌 남한의 국방부 차관은 군사회담 대표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북한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통일부의 북한 인명집에 따르면 인민무력부 부부장 7명 중 5명, 총참모부 부참모장 5명 중 4명이 상장(남한의 중장) 또는 중장(남한의 소장) 계급이다.

○ 북측이 3차례나 양보?


북측은 고위급 회담 개최 합의를 위해 세 차례나 의제를 수정하거나 절충하는 등 최대한 성의를 보였지만 남측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회담 첫날인 8일에는 회담 의제를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로 제의했지만 남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천안호 사건에 대하여’ ‘연평도 포격전에 대하여’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하여’로 의제를 나눈 수정안과 ‘쌍방이 도발로 간주하는 모든 군사적 행동을 엄금할 데 대하여’라고 바꾼 수정안도 제시했지만 남측이 모두 반대했다는 것이다.

또 북측은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남측이 주장하는 두 사건을 먼저 다룬 뒤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 문제 등을 협의하자는 절충안까지 남측이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남측도 의제를 수정 제의하는 등 회담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북측이 끝내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첫 번째 고위급 회담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를 확인한 뒤 다음 회담에서 북한이 제의한 의제들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모든 의제를 한꺼번에 다룰 것을 고집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 남측이 언론 플레이?


북측은 실무회담 첫날부터 회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언론에 공개하자고 했지만 남측이 북측 제의를 검토해 보겠으니 다음 날 계속 토의하자며 진상 폭로를 모면하는 기만술책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남측 대표단이 회담 시작 전에 미리 ‘관례에 따라 비공개로 하자’는 의사를 북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협상과정 중간에 공개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또 북측은 남측이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로 특정 인사가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을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언론 보도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어떤 부분이냐고 물었을 때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면서 뒤늦게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이례적 ‘공보’… 北, 최근 10년동안 2차례만 사용 ▼
이례적 ‘설명’… 앙탈질 등 소제목 붙여 조목조목 주장


북한이 10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에 대해 내놓은 공보는 그 형식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내용도 매우 상세하다. 대개 성명이나 담화, 보도 등을 통해 자세한 사실관계는 설명하지 않고 주장만 나열하던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A4 용지 6쪽 분량의 ‘북남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공보’에서 “회담이 무려 이틀 동안에 걸쳐 7차례나 휴회를 거듭하며 시간만 허비하다 결렬되고 말았다”면서 그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공보는 먼저 의제 설정과 대표단 구성, 회담 날짜 등 세 분야로 나눠 ‘의제 설정에서의 앙탈질’ ‘회담 날짜 연기 주장의 검은 내막’ 등 소제목까지 붙여 자신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이어 ‘북남 대화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진(짜)의도’라는 소제목 아래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평화를 구걸하지 않는다” 등 거친 표현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북한이 이처럼 군사실무회담 과정을 자세하게 밝힌 이유는 이번 회담의 결렬 책임을 남측에 돌려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노리는 처지에서 자신들로서는 회담 과정에서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했음에도 남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을 미국 등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밖에 사용하지 않은 공보라는 발표 형식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공보는 서울에 항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워싱턴을 향해 해명 또는 읍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공보 ::

북한 당국이 공개적으로 견해를 밝힐 때 사용하는 발표 형식. 담화나 성명보다 실무적 차원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항목별로 풀어쓸 때 사용한다. 공보는 최근 10년 동안 2010년 9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알리면서 유일하게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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