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마다 중복자원·필요자원 있기 마련
2군·고참급·선수층 엷은 구단에도 이득
KBO, 우리 현실에 맞는 잣대 마련 과제
9구단 선수 수급 딜레마 8개구단 단장에 물었더니…
‘엔씨소프트+창원시’의 제9구단 창단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신생팀의 선수수급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군 진입시 첫해 승률 3할을 기록할 정도의 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기존 8개 구단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파격적 지원’에는 8개 구단 공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 그래서 KBO는 새 구단에 용병을 더 활용할 수 있는 한시적 혜택을 주는 것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룰5 드래프트 제도’를 우리 현실에 맞춰 새롭게 적용할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룰5 드래프트’는 팀내 포지션 중복으로 인해 상위리그 진입을 하지 못하는 유망한 하위리그 선수를 위한 제도. 그러나 이제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각 구단 실무를 담당하는 8개 구단 단장들을 대상으로 룰5 드래프트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두산과 KIA, 넥센 등 3개 구단은 적극 찬성 의견을 보였고 SK와 삼성 롯데 한화는 반대였다. LG 백순길 단장은 “새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이 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섣불리 찬반을 밝힐 수 없어 추후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두산과 KIA, 넥센은 ‘전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룰5 드래프트제도는 9구단 창단 얘기가 나오기 이전, 긍정적인 검토를 단장회의에 건의했던 내용”이라면서 “우리 야구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안이 나온다면, 9구단 창단에 있어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군에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는 2군 선수들이나 고참급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 여러 가지로 이득이 된다는 주장이다.
KIA 김조호 단장 역시 “각 팀별로 중복자원이 있는 반면, 부족한 전력이 있다”면서 “재능있는 유망주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 룰5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야구 전체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전 단장회의에서 방출하거나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을 신고선수를 매 시즌 후 5명씩 동시에 공시하고, 팀 성적 역순으로 드래프트 하는 방안을 논의 한 바 있다”며 비슷한 관점에서 룰5드래프트의 도입을 역설했다.
넥센 조태룡 단장 또한 사견임을 전제로 ‘룰5 드래프트의 한국 현실에 맞는 적용 필요성’에 동감했다.
조 단장은 “선수들에게는 당연히 플러스가 되고, 선수층이 엷은 구단에도 이득이 될 것이다”며 “재능이 있는 선수가 1군에 진출하지 못하고 매장 당한다면 이는 그 선수 개인과 가족에게 아픔이 됨은 물론이고 전체 프로야구로 봤을 때도 막대한 손해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적극적 찬성’으로 나타난 세 구단 입장에도 ‘한국 현실에 맞는’ 룰5도입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룰5 드래프트 도입 문제를 정식 안건에 포함시킬 예정인 KBO는 신생 9구단 선수수급 방안 차원에서 이 제도를 꺼냈다는 시선을 우려한 듯 “굳이 엔씨소프트를 돕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룰5드래프트 제도는 수년전부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2군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줄기차게 도입을 주장해온 것이다.
이상일 사무총장은 “KBO는 수년전부터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해왔다”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성숙됐다고 본다. 언젠가 2군에서 개인타이틀을 따낸 선수가 1군에 오르지 못하고 그 해 말 방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1군이 아닌, 2군을 위한 2군 선수의 존재는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현재 KBO의 관심사는 룰5 드래프트를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모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5년차(18세 이하 입단 선수), 4년차(19세 이상 입단 선수)에게 한번씩 적용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구단수도, 선수층도 메이저리그와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다.
10일, KBO가 발표한 2011시즌 등록선수 중 신인과 용병을 제외한 405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중 프로 3년차 이상 선수 중에서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는 23명이었다. KBO는 이 정도 숫자로는 제대로 된 드래프트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구단별로 적어도 8명 정도는 해당자가 나와야 제도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연차는 물론이고 1군 등록일수 또는 1군 출장경기수를 고려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군 입대 기간을 어떻게 볼 지에 대한 것도 검토해야 한다.김도헌 기자 setupman@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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