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자원 풍부한 구단은 무조건 손해
현실적으로 활발한 선수교환 어려워
엔씨 밀어주기땐 기존팀 추월 우려도
스포츠동아가 청취한 바에 따르면 반대하는 구단 단장들의 목소리는 “시기상조”로 수렴된다. 여기서 시기상조의 맥락은 두 가지로 나눠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구단이 자기 기득권을 먼저 내놓는 짓을 과연 할 것인가라는 회의가 하나이고, 한국야구의 토대를 생각하지 않고, 여론몰이에 입각해 엔씨소프트를 위해 묻지마 선수보충을 해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구심이 또 하나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이미 규약에 신생구단 창단 시 각 구단에서 어떻게 선수를 보조할지에 대해 언급이 다 돼 있는데 지금 와서 또 다른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치상 맞지 않다. 기존 규약대로 노력을 한 뒤에 시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삼성은 2군은 1.5군 개념이 강하다. 삼성은 FA없이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오랜 공력을 들여 키워 놨는데 빼앗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화 윤종화 단장 역시 “신생구단의 선수수급을 위해서 도입된다면 취지자체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올스타 브레이크 때 시행해서 다른 팀에서 후반기를 뛸 수 있게 기회를 주는 변형된 형태는 괜찮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단장들 상당수도 룰 파이브 드래프트의 취지는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SK 민경삼 단장은 “룰 파이브 드래프트도 잘만 하면 좋은 재목을 뽑아올 수 있다. 우리 팀 안치용만 봐도 LG에서 처음 몇 년간 빛을 못 보고 2군에 머물렀던 선수 아니었는가? (룰 파이브 제도가 있었더라면) 보다 빨리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한 의도를 이해했다고 단장들이 만장일치로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것을 구단 이기주의로 매도할 수 있는지도 상대적이다. 왜냐면 자기구단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프런트 입장에서 룰 파이프 드래프트는 ‘불합리시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2군 풀이 풍부한 구단의 경우, 무조건 손해다.
또 하나는 한국야구의 구조적 한계로 활발한 선수 교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다. 중학교부터 야구하는 학교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고교야구는 주말리그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왕중왕전이 도입되는데 기존의 4대 전국대회 4강보다 입상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성과를 못내는 학교가 많아지면 해체 압박도 커질 수 있다. 프로야구의 젖줄부터 마르는 현실에서 교류여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시기상조를 말하는 단장들은 왜 이 시점에서 이 얘기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짚었다. 엔씨소프트를 위한 ‘위인설관’ 같은 제도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다.
민 단장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한꺼번에 엑기스만 취하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SK도 트레이드를 통한 기회가 올 때까지 수년에 걸쳐 팀을 만들지 않았는가. 첫 술에 배 부르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자칫 일방적 엔씨소프트 밀어주기로 창단 초기부터 한화나 넥센보다 잘 해버리는 ‘우스운’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현직 단장들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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