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31)이 14일 싱가포르에서 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는 장면이 국내 방송사에 포착됐다.
15일 KBS에 따르면 검은 선글라스를 낀 반팔 티셔츠 차림의 정철은 경호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과 붉은 꽃을 든 여성 등 20여 명과 함께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이들은 취재 카메라가 접근하자 “왜 찍느냐”며 접근을 막았으며, 취재진을 따돌리고 공연장에 들어선 정철은 무대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동행한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즐겼다.
이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드러낸 정철은 클랩턴과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소속이었던 마이클 조든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다. 정철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2006년 독일에서 열린 클랩턴의 공연장에 나타났다가 일본 후지TV에 포착된 지 5년 만이다.
2008년에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클랩턴의 평양공연을 초청하기도 했던 그는 클랩턴을 흉내 낸 ‘새별조’라는 록밴드 구성을 지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생일(16일)을 이틀 앞두고 해외에서 한가하게 공연 관람을 하는 정철의 행보는 그가 후계자에서 탈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남 정남(40)도 현재 중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판 양녕대군’이 2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정철은 정은의 친형으로 어머니는 무용수 출신의 고영희다. 마카오와 중국을 떠도는 첫째 정남의 어머니는 영화배우 출신 성혜림이다.
대북 소식통은 “정철이 최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싱가포르에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2008년 김 위원장이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정철과 정은이 북한 내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첩보가 포착되기도 했다”며 “지금도 정철은 정은과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난 등으로 특별 배급을 받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평양 면적을 절반으로 줄인 마당에 김정철이 해외에 나가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본다는 사실은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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