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열정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친 것뿐 잘못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가르치던 제자들을 폭행하고 고가 선물을 강요했다는 진정이 학교 측에 제기돼 사회적 물의를 빚은 김인혜 서울대 음대 교수(49·성악)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와의 이날 인터뷰는 본보의 요청을 김 교수가 수락해 경기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이뤄졌다. 》
“6일째 잠을 못 잤다”는 그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안경을 끼고 긴 머리는 빗질도 못한 듯 부스스했다. “두려워서 일부러 기사를 찾아보지 않았어요.” 김 교수는 “어제(15일) 학교에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이미 ‘폭력 교수’처럼 매도됐는데 이제 와서 학교가 사실 확인을 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성격이 다혈질인 데다 과격하다 보니 학생을 가르칠 때 배나 등을 때리고 머리를 흔드는 게 다른 교수보다 셀 수 있어 학생 입장에서는 심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며 학생을 때린 사실은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폭행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폭행 의혹은 부인했다. 또 “이런 일이 있을 때 ‘못 버티겠으면 나가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아 (내)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게 폭행인가요?” 김 교수가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일어나 “배에 힘을 주고 발성을 하세요” 하며 기자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발성을 가르치다 보면 등을 손으로 치고, 배를 세게 누르기도 한다”며 “교수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유명 성악가인 다른 교수도 학생의 머리를 흔들거나 치면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두성(頭聲)이 제대로 안 되면 머리를 손으로 잡고 세게 누르기도 한다. 성악은 절대 말로만 가르칠 수 없고 이런 교육법이 당연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동료 교수들이 위로 전화를 해 ‘세상 참 무서워졌다. 우리도 고발당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열쇠고리나 거울을 학생에게 집어던졌다는 것도 “왜곡됐다”고 그는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리듬을 맞추려고 열쇠고리나 병따개 같은 작은 소품으로 책상 모서리를 두드린다. 가르치다 보면 혼을 낼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들고 있던 물건을 책상이나 바닥에 던진 것을 두고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4학년 졸업생의 졸업공연이 코앞이라 평소보다 학생들을 엄격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자신이 출연한 음악회에서 박수소리가 작다고 꽃다발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꽃다발로 머리를 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 화가 나 꽃다발을 바닥에 던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제자 중 한 명이 무대에 올랐는데 공연에 함께 출연하지 못하게 된 제자들이 관람을 와서는 박수도 안 치기에 꽃다발을 바닥에 던지면서 ‘이런 거 사오지 말고 진심으로 동료를 사랑할 줄 알라’고 혼을 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교수는 음악계에서는 강한 도제식 교육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 간에는 별별 소리를 다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며 “내가 서울대를 다닐 때도 줄리아드음악원과 달리 엄격한 도제식 교육 방식으로 지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 때 지도교수님께 하도 무섭게 혼이 나 울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 울면서 강의실을 뛰쳐나가느라 늘 신발은 손에 든 채로 복도에 서서 울곤 했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워 왔고 또 그렇게 가르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음악가는 쉽게 되는 게 아니다. 학생들을 자극하려고 ‘평범한 여편네로 살고 싶으면 여기서 그만둬라’ 등의 말은 한 적이 있지만 자식같이 생각하는 마음에서였다”고 주장했다.
음악회 입장권을 강매했다거나 스승의 날 명품 선물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김 교수는 “내 공연은 오히려 표를 못 구해 문제일 정도다. 늘 매진인데 표를 강매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할인 표를 구해 주려고 몇 장이 필요한지 물은 적은 있지만 강매를 한 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명품 선물에 대해서도 “학부모 중에 비싼 선물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학생들에게 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형편이 어려웠다. 친구들이 돈을 모아 교수님께 선물을 하자고 하면 부담스럽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돈 모아 선물하지 말고 따로 하라”고 말했다는 것. 그는 “음대 교수들의 공연에 가보면 콘서트홀 입구부터 ‘○○○교수 제자 일동’이라고 쓰인 리본을 단 큼직한 화환이 여러 개 놓여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속앓이할까 봐 ‘꽃 한 송이도 고마우니 돈 모아서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진정 중에는 김 교수가 지도학생들에게 방학 때마다 고액의 연주캠프에 참가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룩셈부르크에서 성악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캠프 참여를 강요한 적은 없다. 비용이 비싸기는 했지만 부담되면 안 가면 되고 대학생이라면 그 정도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김 교수는 방송 출연 때문에 학기당 16회 이상 해야 하는 개인 레슨을 1, 2회만 하고 학생들에게 실기수업을 모두 다 이수했다고 기록부에 쓰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그는 “방송 때문에 수업을 못한 적은 없다. 1년에 100회씩 되는 공연 때문에 강의를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주말에도 나와 보강수업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도제식 훈육은 성악에서는 필수이며 지금껏 세계적인 가수를 키우자는 목표로 신념대로 가르쳐 왔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앞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게 옳은 것인지 한 번 돌아볼 기회는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일방적인 공격을 당했던 타블로 씨의 심정을 알겠다”며 타블로 학력 위조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변호사를 통해 ‘교수 개인에게 중대한 사안을 충분한 소명절차 없이 조사를 서둘러 진행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서울대 측에 공식 항의한 상태다. 또 본인에게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진정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과 관련해 법률적 검토를 해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만간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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