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동창리 미사일기지는 지정학적, 군사적, 기술적 측면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영변 핵 단지 인근에 건설된 동창리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무수단리 기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 동창리 기지의 다목적 효과
동창리 기지는 북한과 중국 국경인 압록강 하구에서 직선거리로 80여 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는 유사시 한미 군 당국의 군사적 대응에 차질을 주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한미 군 전력이 동창리 기지에 대한 정밀타격이나 공중폭격을 시도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군 당국은 매년 연합훈련을 실시할 때마다 개전 초기 북-중 국경지대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기지와 김정일 특각, 지휘소 등을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할 경우 야기될 ‘중국 변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심이 깊은 동해안의 넓은 평지에 건설된 무수단리 기지는 잠수함 등 해상 전력을 통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동창리 기지는 수심이 얕은 서해 지역에 건설돼 한미 해상전력의 접근이 쉽지 않고 공군력을 통한 제거 작전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나아가 동창리 기지는 영변 핵시설 단지에서 70여 km, 평양 인근의 미사일 제작 공장에서 200여 km 떨어져 있어 핵탄두와 장거리미사일의 운반과 장착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평양의 산음동 병기공장에서 제작한 장거리미사일을 군용열차에 실어 무수단리 기지로 옮기려면 4, 5일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 군사위성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동창리 기지는 하루 안팎이면 미사일을 옮길 수 있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해 영변의 핵 기술자들이 수시로 발사장을 드나들기에도 동창리 기지가 훨씬 용이하다.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요격당할 위험도 훨씬 줄어든다.
무수단리 기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륙 초기 고도가 낮아 동해의 미국이나 일본 이지스함에서 쏜 SM-3 미사일에 요격될 가능성이 높지만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하면 북한 상공을 지나는 동안 고도가 높아져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동창리 기지에서 각도를 조절해 발사하면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거치지 않고 태평양으로 곧바로 날아갈 수 있고 미사일 추진체나 파편이 중국이나 일본 연안에 떨어질 가능성도 적다. 군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을 건드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 도박’을 하기에 동창리 기지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동창리 기지의 규모와 실태
북한은 1998년 대포동1호를 시작으로 무수단리 기지에서 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하지만 무수단리 기지는 연료 주입 및 제어·조종 시설이 낡아 원활한 운용이 힘들자 2000년 초 두 번째 발사기지로 동창리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동창리 기지는 10층 높이의 발사대와 지지대, 엔진연소 시험동, 지상관제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규모는 무수단리 기지보다 3배가량 크고 시설도 대폭 현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사일 발사 준비의 핵심단계인 액체연료 주입이 지하시설에서 전자동으로 이뤄져 미국 군사위성의 동향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또 동창리 기지는 대부분의 시설이 자동화돼 있어 짧은 시간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북한 수뇌부의 의도에 따라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폭로 전문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머지않은 시기에 동창리 기지에서 대포동 미사일을 개량한 최대 사거리 1만5000km의 ICBM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만약 동창리 기지에서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한다면 미국 서부 해안까지 20분 안에 도달할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댓글 0